얼루어
서울독립영화제2015 (제41회)
특별초청 단편
배경헌 | 2015 | Fiction | Color | HD | 37min 3sec
SYNOPSIS
김강태는 지폐와 동전을 미끼로 물고기를 낚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낚시꾼이다.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그의 사연을 촬영하는데, 과연 그는 돈으로 물고기를 잡는 모습을 보여준다. 게다가 전문 낚시인과 화폐 연구원 등도 그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DIRECTING INTENTION
이 이야기는 ‘루어’라는 미끼를 보고 떠올렸다. 루어는 살아 있는 미끼를 본뜬 인조 미끼인데, 기껏해야 플라스틱 덩어리에 불과한 루어에 물고기들이 낚인다는 것이 놀라웠다. 바보같이 가짜에 낚이다니. 여기까지 생각하고 보니 루어라는 것이 돈과 이야기를 닮은 것 같았다. 종이와 금속 덩어리에 불과한 화폐에, 기껏해야 거짓말과 허구에 그치는 영화에 우리는 왜 움직이는 걸까. 두서없지만 이 소재들을 모두 페이크 다큐(가장 적절한 형식 같았다)라는 장르 안에 욱여넣었다.
FESTIVAL & AWARDS
Premiere
DIRECTOR
배경헌
2014 <불 꺼진 창>
2014 <서종>
STAFF
연출 배경헌
제작 배경헌
각본 배경헌
촬영 이은혜 타즈 고
편집 배경헌
조명 이은혜
동시녹음 조유정문
출연 임시준 이원행 임용순 표성식 박정호 김철오
PROGRAM NOTE
<얼루어>는 동전과 지폐를 미끼로 삼아 낚시를 하는 인물에 대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다, 아니, 다큐멘터리 형식을 미끼로 관객들을 낚는 영화다. 낚시꾼 김강태는 동전과 지폐로 물고기를 낚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실제로 물고기를 낚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자신이 이렇게 낚시를 하게 된 경위를 상세하고 능숙하게 설명한다. 하지만 어떻게 동전과 지폐로 물고기를 낚을 수 있을까? 다큐멘터리는 이런 낚시가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한국낚시연합회장, 서울과학기술대 임산공학과 교수, 한국조폐공사 기술연구원 등의 전문가들의 경험적 진술을 통해 또는 과학적 실험을 통해 증명한다. 하지만 경험적이고 과학적으로 김강태의 낚시 방법이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김강태를 사기꾼이라고 고발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갑자기 김강태는 종적을 감추고 밀고자는 흥미로운 제안을 한다. 영화는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와 같은 TV 시사교양 다큐멘터리 형식을 적극적으로 차용한다. 이것은 돈이면 뭐든지 낚을 수 있는 것 같은 세태의 풍자이기도 하지만, 실증적인 논증에 대한 풍자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의 견해를 통해 김강태의 낚시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이 과학적인 사실로 입증되지만, 곧이어 그것이 허구라는 것이 폭로되면서 과학적 증명에 타격을 가하는 것이다. <얼루어>는 이렇게 매력(allure)적인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미끼(a lure)를 던진다.
최혁규/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