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순의 조각

단편 쇼케이스

박주희 | 2023 | Documentary | Color | DCP | 21min (K, E)

TIME TABLE
12.2(토) 10:30-12:04 CGV압구정(신관) ART2관 E, K, GV, 12
12.5(화) 19:40-21:14 CGV압구정(본관) 2관 E, K, GV, 12
SYNOPSIS

외할머니가 ‘옥순’과 ‘춘자’ 두 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할머니가 내뱉는 사소하고 무수한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그리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이야기는 어떤 때는 사소하게 느껴졌고, 어떤 때는 두터운 밀물처럼 다가왔다. 촬영하는 동안 내가 모르는 춘자와 나의 외할머니 옥순을 만나는 것이 반복되었다. 일제강점기를 지나온 여성이자 소시민으로 살아온 옥순의 일상적 노동을 기록했다.

DIRECTING INTENTION

그저 외할머니로만 알고 살았던 내가 모르는 시절의 춘자와 지금을 사는 나의 외할머니 옥순을 기록하기로 했다.

FESTIVAL & AWARDS

2023 제1회 반짝다큐페스티발
2023 제19회 인천여성영화제

DIRECTOR
박주희

박주희

STAFF

연출 박주희
제작 박주희
각본 박주희
촬영 박주희, 우수현
편집 박주희, 박주연
사운드 박주연
음악 유솔이
번역 조캐롤
출연 최옥순, 변정미, 변정애

PROGRAM NOTE

자신의 이름보다 역할로 불리우기 마련인 가족. 친밀감과 익숙함에 존재의 본질을 고스란히 알기 어려운 타인이 바로 그들이다. 오랫동안 고정된 거리감을 깨뜨리고 대상을 낯설게 바라보려는 시도는 사적 다큐멘터리의 영역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주제다. 마찬가지로 <옥순의 조각>도 외할머니에게 옥순과 춘자, 두 개의 이름이 있었다는 사실로부터 그녀의 삶을 개별의 역사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99세 외할머니의 일상을 좇으며 지나온 삶의 궤적에 대한 구술을 담은 이 영화는 이내 우리를 강하게 매료시킨다. 질곡의 근현대사를 통과해 온 한 개인의 험난한 생존 투쟁과 그것을 발화하는 담담한 목소리. 놀랍도록 차분하게 혼잣말처럼 읊조리는 이야기 사이마다 세월에 풍화된 삶의 격랑이 잔잔히 스며든다. 옥순으로, 춘자로서, 그리고 그 두 개의 이름이 모두 그녀를 부정했던 때에도 강건하게 꾸려 왔던 삶. 수많은 고난들을 겪었지만 그마저도 그녀의 일생을 이루고 있는 일상의 조각일 뿐이라는 듯한 초연함. 손녀이자 감독은 대상을 한 발짝 물러서 바라보며, 사려 깊은 시선을 통해 옥순의 현재 일상을 포착한다. 우리는 그 안에서 옥순의 존엄을 본다. 이를테면 하늘색 나일론 바지의 허리춤을 두른 분홍색 비단끈 같은 것으로. 또 이를테면 커피를 담은 컵에 새겨진 영원히 지지 않는 들꽃 같은 것으로.

임오정 / 서울독립영화제2023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