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치 완더 휘슬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본선 단편경쟁

이주연 | 2019 | Documentary, Experimental | Color | DCP | 22min 25sec (KN)

SYNOPSIS

〈윗치 완더 휘슬〉은 도쿄가 헤이세이 시대에서 레이와 시대로 넘어가는 시대를 되돌아보는 다큐멘터리이다. 후쿠시마의 방사능 누출 사고 현장에 투입된 로봇과 인간의 수명을 비교하는 이야기, 페터 한트케의 소설 《반복》, 그리고 도쿄에 있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로 구성된 독백을 번갈아 들려주며 이 영화는 완공에 가까운 신올림픽경기장을 묘사한다.

DIRECTING INTENTION

윗치, 완더, 휘슬이라는 단어는 한국어 교재에 나오는 외국어 표기법의 예시 중 일부다. 전혀 관련이 없는 이 세 단어는 음운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나란히 적혀 있다. 이 세 단어가 주는 빠른 속도, 쉽게 사라지는 것들, 공중에 남은 소리 같은 심상과 비슷한 풍경을 도쿄에서 수집하려 했다. 약 2년간 지냈던 도쿄를 떠나온 뒤 빠르게 바뀌어 가는 그곳의 모습을 다시 담으며, 도쿄라는 도시에 이별을 전하려 한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이주연

이주연

2018 골든 위크

STAFF

연출 이주연
제작 이주연
각본 이주연
촬영 이주연
편집 이주연
음악 경성수
기술 지원 박세영, 질 디벤, 팀 올든
일본어 감수 콘노 유키
후원 서울문화재단
출연 미츠이시 마오, 타카기 케이타로, 오시마 슈

PROGRAM NOTE

우리가 사는 세계는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인류세’ 같은 용어가 유행처럼 떠돌기는 하지만 평범한 하루를 바쁘게 보내다 보면 세계의 종말 같은 추상적 문제는 마치 남의 일처럼, 또는 아주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지곤 한다. 기후변화나 환경 관련 뉴스를 보며 미래가 현재의 모습과는 다를 것이라는 걱정이 들어도, 솔직히 말해, 이 막연한 비관 역시 종말이라는 파국적 상황과 즉시 이어지지 않는다.
그런 맥락에서 <윗치 완더 휘슬>이 이미지와 사운드를 통해 구현한 세계 종말을 둘러싼 어떤 어두운 분위기는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성취다. 감독은 일본에서 촬영한 일상의 이미지 위에 방사능, 지진 등의 흉흉한 키워드를 내레이션으로 입히고, 여기에 비일상적 느낌의 인공적 이미지를 거칠게 덧씌운다. 결국 우리는 가장 평범한 풍경과 함께 배치된 파국적 요소를 보게 되고, 여기에 ‘윗치 완더 휘슬’이라는 의미 불명의 주문 같은 문장까지 더해지면 영화 속 세계가 곧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강한 예감을 느낀다. 비록 몇몇 장면에서는 미래를 향한 어두운 전망을 너무 낭만적인 분위기로 그린 것 같다는 인상을 받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이미지 역시 우리의 머릿속에 쉽게 떨어지지 않는 끈적한 불길함을 남기고 만다.

김보년 / 서울독립영화제202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