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 년과 여섯 번

서울독립영화제2024 (제50회)

새로운선택 단편

정보라 | 2024 | Animation | Color | DCP | 15min (E)

TIME TABLE
11.29(금) 20:20-21:36 CGV압구정(신관) 4관 GV, 12
12.1(일) 10:50-12:06 CGV 청담씨네시티 프리미엄관 GV, 12
12.3(화) 14:00-15:16 CGV압구정(신관) ART1관 12
SYNOPSIS

6년의 연애를 마친 주인공. 그 시간 동안 느낀 것을 전 남자친구에게 이야기한다. 이후 데이팅 어플을 통해 사랑에 빠지지만 그와의 관계도 오래가진 못한다. <육 년과 여섯 번>은 브이로그 스타일에 담아낸 연애담이다. 다양한 그림체의 애니메이션과 일러스트레이션, 실사와 푸티지 그리고 감독이 직접 출연하는 장면 등 다양한 소스들이 콜라주 된 이 영화는 감독의 취향을 한껏 드러낸다. 연애를 통해 깨달은 감정들과 잊지 못할 경험들, 남아 있는 추억들과 새롭게 꿈꿔 보는 미래를 그린다.

DIRECTING INTENTION

이야기는 관계의 양극단에서 시작한다. 6년이라는 시간, 숫자로만 봐도 신뢰 가득한 관계. 일회성 만남이 다분하게 이루어지는 데이팅 어플에서의 관계. 사랑에 저돌적이었던 20대 여자 주인공은 30대가 넘어서며 자신의 삶을 꾸려 가며 사랑의 방식이 달라진다. 그로 인해 주인공의 도망은 도약이 되었고,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워진다는 사람들의 통상적인 이야기에 공감하게 된다. 그 통상적인 얘기가 자신에게 상처를 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통상적인 사람이 되어 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곧 자기를 존중하는 방식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FESTIVAL & AWARDS

2024 제11회 춘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심사위원상

DIRECTOR
정보라

정보라

STAFF

연출 정보라
제작 정보라
각본 정보라
촬영 정보라
편집 정보라
조명 정보라
미술 정보라
출연 정보라

PROGRAM NOTE

내가 사랑하게 된 그는 결코 완벽하지 않다. 딱히 배려심이 있는 사람도 아닌 것 같다. 그렇지만 나의 몸과 마음을 그를 향한다. 나를 존중하지 않는 그, 나를 필요할 때만 찾는 그, 나를 내가 원하는 만큼 좋아하지 않는 그. 하지만 돌이켜보면 우리 사이엔 어떠한 합의도 없었다. 앞서간 건 나였다. 그의 입장에서 나는 얼마나 귀찮고 과도한 존재였던가. 자조해 보지만, 내가 가졌던 마음의 크기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자기 서사는 주로 반추와 반성을 계기로 깨달음을 향해 나아간다. 정보라 감독은 그럴 마음이 없다. 그를 좋아했다고, 그래서 마음을 주었고, 그 마음은 버려졌지만, 그에게 다시 연락이 오자, 기분이 너무 좋아, 걸을 때도 헤헤거렸다. 그를 다시 만나고 잠을 자지만 그 행위가 어떤 마음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것은 생각일 뿐, 마음은 다시 그로 향한다. 심지어 그냥 그가 나를 원할 때만 만나도 되겠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가 싫어할 걸 뻔히 알면서도 마음을 담은 쪽지를 써서 헤어질 때 그의 주머니에 넣고 도망친다! 그러면서도 감독은 말한다. 나는 이런 내가 정말 좋아! 하지만 그런 대찬 자기 고백 이후 다시 그를 좋아했다가 증오했다가 불안해했다 갈팡질팡한다. 관계의 ‘끝’을 선언하고 도약을 결심한 감독은 그제야 몸으로 전해져 오는 고통을 느끼지만, 마음은 여전히 그가 보고 싶다. 마음속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그 감정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김보람 / 서울독립영화제2024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