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각

본선 단편경쟁

김민경(바태) | 2022 | Experimental, Animation | Color+B/W | DCP | 12min (K, E) World Premiere | 단편 최우수작품상

SYNOPSIS

인천 송림동에 위치한 여러 폐가에서 쓰레기를 수집한다. 버려진 것들에 새겨진 얼룩을 보고 버려진 이야기를 기억하려 한다

DIRECTING INTENTION

주워 온 쓰레기 조각들을 필름 위에 올려놓고 한 줄기 빛을 쬐었더니 그림자가 생겼다. 영사기 스위치를 돌리자 쓰레기 그림자들이 춤을 췄다. 깊은 상처가 된 기억을 버렸다. 꺼내기 두려웠고 불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그 기억 조각을 모으며 그림자를 움직이게 해 본다. 어쩌면 쓰레기는 더 이상 관심이 없어진 물건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부터 이 기억은 쓰레기가 아니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김민경(바태)

김민경(바태)

2019 기초부터 실무까지 5분만 배우면 전문가 되는 성남주민편

STAFF

연출 김민경
제작 김민경
각본 김민경
촬영 김민경, 권오연, 조은솔
편집 김민경
미술 김민경

PROGRAM NOTE

무의식이 지워 버리는 어떤 기억들이 있다. 그리고 맥락 없이 남아 있는 한 장면. 이 영화의 보이지 않는 화자 j는 “머릿속 한 장면의 앞과 뒤를 떠올리기 위해” 버려진 것들을 찾아다닌다. 깨어진 유리 조각을 집은 손, 날카로운 조각들이 부딪치는 소리, 영사기 필름 돌아가는 소리는 이 기억들이 갖고 있을 폭력성을 예감하게 한다. 그리고 우리는 누군가의 살을 파고 들어가 음각으로 새겨지는 상처를 떠올리게 된다. 영화는 이런 음각의 존재들과 흐릿하게 새겨진 문자 이미지들을 중첩시키며 분절된 파편들을 모아 애써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의 시간을 보여 준다. 그것은 곰팡이 꽃 핀 벽지처럼 이상하고 찝찝한 냄새를 풍기며 너무 노쇠하여 그저 뚫어지게 바라보기만 할 수도 있고, 번지수가 맞지 않는 얼룩일 수도 있다. 하지만 j는 깨어진 유리 조각들을 소개받고 버려진 것 속에서 다른 조각들을 만나 질문한다. 그리고 모은 조각들을 이어 붙여 하나의 필름으로 연결하고, 영사기로 돌려 본다. 재개발 지역, 이젠 빛바랜 간판만 남은 미용실에서 또 다른 음각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폭력의 상처는 지울 수 없지만 가릴 수는 있던가. 한 아이의 상처는 타투의 음각과 함께 아름다운 꽃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리하여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인정받을 수 없었던 j의 억울함과 무력감은 스스로 버려진 것들 옆에 충분히 머물러 있음으로써 위로받는 것 같다.

이수정 / 서울독립영화제202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