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르고 붙이기
본선 단편경쟁
김효준 | 2022 | Fiction | Color | DCP | 26min 38sec (E) | 단편 대상
SYNOPSIS
고시원 단칸방에 엄마와 둘이 사는 아들 정호는, 엄마가 자신 몰래 새로 만든 신용카드의 존재를 알게 돼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결심한다.
DIRECTING INTENTION
끈질기게 회피하던 우리 가족들의 책임 대부분을 엄마 혼자 짊어지고 있었다. 아직은 “내가 다 해결하겠다!”라며 속 편하게 장담은 못 해도, “나도 함께하겠다!” 정도는 분명히 얘기해야겠다 생각했다.
FESTIVAL & AWARDS
2022 제7회 충무로영화제-감독주간
DIRECTOR
김효준
2018 이미 벌어진 일
2019 괜찮지 않다
2020 클라운
STAFF
연출 김효준
제작 한준희
각본 김효준
촬영 박경균
조명 양치환
편집 김효준
음악 이혜진
미술 이솔
출연 황재필, 신혜경, 장재희, 이상희
PROGRAM NOTE
영화의 첫 컷은 냉동 창고에서 담배 한 대를 급하게 다 피우는 정호의 모습이다. 담배 연기가 차가운 숨으로 금새 변해 버리는 온도지만 그에게는 비로소 혼자일 수 있는 시간인 것 같다. 자루를 들고 냉동 창고에서 나가 그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다. 그가 퇴근 후 들어간 고시원 좁은 방에 누워 있는 사람은 어머니다. 어머니와 아들을 담은 6분여에 이르는 숏에서 아들은 어머니 옆에서 옷을 갈아입고 어머니를 위해 맥주 캔을 따 주고 맥주를 같이 마시다가 몰래 만든 신용카드를 내놓으라고 티격태격하다가 어머니가 내놓은 카드를 신용카드인 줄 알고 가위로 자르고 목욕 바구니를 들고 방안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다. 이 숏의 긴장은 아버지 대신 가부장의 자리에 들어온 아들과 어머니의 관계에 있다. 두 사람은 모자라기보다는 부부 같다. 아들인 정호에게 부인과 딸이 있다는 것은, 아들이 진짜 신용카드를 찾아 자르면서 어머니의 손을 같이 자르고 두 사람이 침묵 속에 피로 범벅 된 서로의 손을 부여잡고서야 드러난다. 아들은 남편으로서는 미약한 존재감을 갖고 있지만, 아버지를 대신한 자리는 어떻게든 지키려고 한다. 아들들은 아버지로 자라나야 하고 그들이 가부장으로서 짐을 져야 한다는 것 역시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어머니-아들-손녀로 이어지는 혈연의 지속성 안에 며느리는 울타리 너머에 있다. 내러티브를 넘어서 이 영화가 붙잡고 있는 지점은, 개개인으로 존재할 여력과 시간이 없는, 무거운 짐을 진 아들과 그 무게를 얹는 어머니의 모습을 만들어 낸 우리 사회의 구조이다. 김효준 감독은 관계를 하나씩 열어 나가는 연출로 그 구조를 긴장 안에 붙잡는다. 황재필, 신혜경 배우의 흡인력 있는 연기는 우리가 스스로를, 서로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상상을 해낼 수 있는지 묻는다.
김미영 / 서울독립영화제202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