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사람들
서울독립영화제2014 (제40회)
경쟁부문 장편
김경만 | 2014 | Documentary | Color+B&W | HD | 86min 21sec | 독불장군상
SYNOPSIS
모든 것은 지나간다.
DIRECTING INTENTION
한국인으로 사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이 나라에서 인간의 경험과 마음은 지금껏 존중된 적이 없다. 특히 그 사람이 노동자라면 더욱 그러하다. 경제라는 이름의 오래된 이데올로기와 관행 아래 사람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 그리고 시간과 삶이 머물렀던 공간 역시 사라져 가고 있다. 본격적으로 산업화되기 전, 배고프고 못살던 시절로 치부되던 시기, 분명 엄혹한 시절이었지만 그 시대의 풍경과 사람들의 얼굴에서 오히려 지금보다 더 분명하게 인간의 마음을 발견하게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한편으로 탈출한 것처럼 생각하는 그 헐벗은 시절의 풍경에 지금의 모습이 여전히 겹쳐지는 것은 이 나라가 늘 현재진행형의 과거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 어딘가에서 한국인들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것만 같다. 사람들의 얼굴 표정과 시선을 마주 보노라면 삶의 궤적과 더불어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FESTIVAL & AWARDS
Premiere
DIRECTOR
김경만
2002 <각하의 만수무강>
2003 <하지 말아야 될 것들>
2006 <골리앗의 구조>
2008 <바보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2011 <미국의 바람과 불>
2013 <시간의 소멸>
2014 <삐 소리가 울리면>
STAFF
연출 김경만
제작 김경만
촬영 김경만
촬영도움 정재훈, 이강현, 임철민, 문정현
편집 김경만
색보정 백경원
믹싱 고은하
타이틀디자인 김재경
출연 대우차 강제퇴직자,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 진보신당
PROGRAM NOTE
김경만이 발표해온 전작들의 연장선상에 놓인 작품이다. 프롤로그에 이어지는 ‘챕터 1 잃어버린 얼굴들 1945~1948, 챕터 2 피난민과 포로 1950~1953, 챕터 3 동원과 노동 1953~1965’에, 어디서 구했는지 신기할 정도의 기록영상들이 ‘선보인다’. 존재했으나 말 그대로 새롭게 선보이는 이 이미지들에, 김경만은 재촬영과 편집과 음악을 입히는 것 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아카이브에서 뽑아낸 영화 가운데 근래 인상적이던 <야만의 땅>(예르반 지아니키안, 안젤라 리치 루키, 2013), <대홍수>(빌 모리슨, 2013)가 뉴스릴에 변형을 가해 초현실적이고 시적인 효과를 끌어내는 것과 대비된다. 특히 전자가 아카이브 자료를 극단적으로 느리게 변형시켜 현실을 환기하려는 태도와 비교해, <지나가는 사람들>은 과거의 기록에 앞서 현실의 이미지를 저속으로 제시한다. 21세기의 한국인은 노동과 인간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해고당한 동료가 고통을 호소하는데, 눈길조차 주지 않고 출근하는 노동자들의 완고한 등은 거부와 무관심을 표현한다. 번잡하고 화려한 쇼핑센터로 몰려든 인파는 행복한 표정을 회복했으나, 물질에 대한 욕망만이 들끓는 공간에서 그들이 옆의 인간을 지나 주목하는 건 상품과 그것에 상응하는 것들이다. 몇 십년 전의 한국인이 정치와 삶에 대한 관심과 의지로 살아 움직이는 표정과 몸짓을 보여줬던 것과 달리, 이 시대 인간에게는 무표정한 얼굴밖에 없다.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는 속성이 있지만, 움직인다고 해서 다 살아 있는 것은 아니다. 군중도 되지 못하는 빈곤한 대중은 삶의 무대 위에서 주체가 아닌 ‘지나가는 사람’에 불과하다.
이용철/서울독립영화제2014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