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놀이 아리랑
서울독립영화제2024 (제50회)
서울영화집단 | 1982 | Documentary | Color | 8mm - DCP | 18min
TIME TABLE
11.30(토) | 14:00-14:51 | CGV압구정(신관) ART1관 | CT, 15 |
12.6(금) | 17:50-18:41 | CGV압구정(신관) ART1관 | 15 |
SYNOPSIS
<판놀이 아리랑>은 제도권 밖에서 만들어진 독립다큐멘터리로서 서울영화집단의 창립작이다. 극단 연우무대의 공연 <판놀이 아리랑 고개>를 소재로 해서 연습 장면과 공연 준비 장면, 분장실 장면, 공연 장면을 영상으로 보여 주고 그 위에 공연 실황 오디오,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 및 인터뷰, 연우무대의 평가회 녹음을 들려주는 등 영상과 소리를 구분해 제시하는 독특한 구성을 취했다. 영상과 음향의 불일치를 통해 관객을 영화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되는데, 다양한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편집해 화면 밖 소리로 넣었다는 것은 영화를 통해 현실을 돌아보고 현실 속에서 다시 마당극 <판놀이 아리랑 고개>와영화 <판놀이 아리랑>의 의미를 반추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DIRECTOR
서울영화집단
1984 그 여름(김동빈 감독)
1984 수리세(홍기선 감독)
1986 파랑새(홍기선 감독)
STAFF
감독 박광수, 김홍준, 황규덕, 문원립
촬영 문원립
편집 박광수
음향 김홍준
배급 황규덕
PROGRAM NOTE
극단 연우무대의 공연 <판놀이 아리랑 고개>를 중심으로 그 연습과 공연 준비, 공연 장면 등을 기록한 작품으로, 방송사나 정부기구, 문화영화 제작사 등 제도권으로부터 독립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독립 다큐멘터리의 효시’로 불린다. 제작 여건이나 재정적 독립성도 그렇지만, 확실히 형식적으로나 미학적으로나 제도권 다큐멘터리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자 노력한 면모가 자주 나타난다. 도입부와 후반부에 수미쌍관 구조로 배치된 흑백사진 자료 인서트 숏들이나, 화면과 사운드를 분리하여 이질감을 부각시키는 것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형식적인 시도에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연습실, 분장실, 무대와 객석을 오가는 카메라의 주 관심은 배우들과 관객들의 신체, 그리고 그 역동성으로 보인다. 핸드헬드로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줌인, 줌아웃으로 클로즈업을 반복하는 카메라는 연습실 안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배우들의 손과 발, 어깨와 다리 놀림에 이끌린다. 그에 비하면 오히려 공연 장면에서부터는 카메라가 배우들에게 그처럼 가깝게 다가설 수 없어서인지 어쩔 수 없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작부터 끝까지 화면과 독립적으로 진행되는 사운드는 (흑백사진 자료 인서트 숏과 마찬가지로 수미쌍관으로) 초반과 후반에 공연 실황 녹음을 두고, 그 사이 다큐멘터리의 중반 이후부터 후반 직전까지 이어지는 부분에 관객들의 관람 후 인터뷰 녹음을, 그리고 가장 마지막 부분에 공연 제작진의 자체 평가회 녹음을 붙이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특히 두드러지는 중반 이후의 관객 인터뷰는 아마도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자 한 ‘마당극’의 문제의식을 다큐멘터리 형식 실험으로 어떻게 녹여 낼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로 보인다. 그 때문인지 관객들의 비평은 적잖이 비판적이고 때때로 신랄하다. 화면과 사운드의 분리에서 어떻게 둘 간의 충돌을 만들어 낼 것인가도 제작자들의 고민거리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증명하듯이 마지막 장면은 배우와 관객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사운드 없이 보여 주고 있다. 다만 분리된 화면과 사운드의 이질성 속에서도 일정하게 유지되는 수미쌍관 형식과 선형적인 시간 흐름은 ‘충돌’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는데, 아마도 이 작품의 제작진이 노렸을 법한 ‘마당극’적 실험성이 결과적으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보수적인 선택이라 하겠다. 독립영화 운동의 중요한 초기 단체인 서울영화집단이 만든 첫 작품이다.
김한상 / 영상사회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