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쉬
서울독립영화제2008 (제34회)
단편경쟁
변병준 | 2008ⅠFictionⅠColorⅠHDⅠ28min 20sec
SYNOPSIS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은진은 오지 않는 사장을 기다린다.
낚시터에서 시체로 발견된 은진은 오지 않는 구급차를 기다린다.
DIRECTING INTENTION
살아있으나 죽어있으나 수난당하는 한 여자아이의 이야기.
FESTIVAL & AWARDS
Premiere
DIRECTOR
변병준
2006 <열일곱>
2006 <지하의 기하>
2007 <흔적>
STAFF
연출 변병준
제작 허웅
각본 변병준
촬영 김보람
편집 변병준
조명 박재인
미술 박민
음향/동시녹음 송지민
음악 황승영
출연 이나리, 이태훈, 선종남, 현대철
PROGRAM NOTE
추운 겨울이다. 피시방에 은진은 수족관에 죽은 물고기를 처연하게 바라본다. 한편 낚시꾼들은 강위에 부유하는 뭔가를 발견한다. 영화는 강가와 PC방이 일정하게 교차되며 전개되고 있다. 강가에 떠오른 시체는 무슨 사연을 품고 있는 것일까? PC방 알바생 은진과 비릿한 주변인들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영화는 묘한 분위기와 긴장감을 일정하게 유지해 가며, 매듭을 엮어간다. 결국, 불안한 예상은 적중하고, 영화는 시체와 은진이 동일인임을 드러낸다.
fish는 PC방을 칭하는 청소년들의 은어다. 자본은 탐욕스럽게 공간을 점유해 나갈 진데, 그곳에 스며들지 못하는 약한 자들은, PC방에서 스스로 물고기가 된다. 어린 소녀는 학교를 벗어나 PC방으로 탈출했지만, 그 소녀 보다 먼저 PC방에 머물렀던 은진은 다른 어떤 곳으로 벗어나려 한다. 소녀들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편의의 공간에서 자유를 누리며, 동시에 신물 나는 상처를 학습해야 한다. PC방을 나온 은진이 버스를 기다리고, 학교에 간다던 소녀는 골목길에 머물러 있다. 어린 소녀의 시선을 따라간 카메라가 머문 자리에 미장센은, 이후 소녀의 미래를 포획할지도 모를, 거리의 모습을 무심히 보여준다. 어디서나 흔히 보이는 풍경 속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을, 어린 소녀는 아마도 깨닫지 못할 것이다. 차가운 물속에서, 은진의 영혼이 멈춰버렸건만, 그것 또한 이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가 보다. 엔딩 크레딧이 무채색의 느낌으로 조용히 오른다. 처연하게. 그리고 영화의 시작에 죽은 물고기를 바라보던 은진의 눈빛이 가슴 아프게 스쳐 지나간다.
김동현/서울독립영화제2008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