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먼 집
서울독립영화제2015 (제41회)
본선경쟁 장편
이소현 | 2015 | Documentary | Color | DCP | 95min | 관객상
SYNOPSIS
93살, 나의 사랑하는 할머니가 자살을 시도했다. 할머니가 사라질까 두렵지만 작별의 시간이 아름답고 따뜻하기를 바라며 지금을 함께 보내고 있다.
DIRECTING INTENTION
“가자 인자. 깐닥 깐닥.
구경 잘 했다.
어디 먼 디 구경 온 놈 맹이로.”
집 근처 가까운 저수지를 구경하고 할머니가 집으로 돌아가자고 하며 하셨던 말씀이다.
삶은 어쩌면 ‘어디 먼 디 구경 온 놈 맹이로’ 세상 구경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나에게 아직 죽음은 멀고 두려운 존재이다.
하지만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이제 저승으로 시집가야겠다’며 해맑게 웃으시는 할머니를 보며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죽음에서 공포와 두려움이 사라지면 무엇이 남을까?
죽음이 이제 세상 구경을 마치고 본래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나는 할머니를 기꺼이 즐겁게 보내드릴 수 있을까? 우리 모두는, 언젠가 찾아올 소중한 이들의 죽음을 그렇게 맞이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그리고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날을 축제처럼 맞이하기 위해 나는 이 다큐멘터리를 찍는다.
FESTIVAL & AWARDS
Premiere
DIRECTOR
이소현
2006 <스토리텔러>
2008 <한국에는 티베트의 친구들이 있다> 공동 연출
2010 <이브라힘의집>
STAFF
연출 이소현
제작 안보영
촬영 이소현 홍효은
편집 이소현 김형남
음악 권현정
출연 박삼순 장춘기 장춘옥 장병업 이소현
PROGRAM NOTE
세상에 대한 마지막 소원이 다음 날 아침 더 이상 눈을 뜨지 않는 것이라는 할머니. 그녀는 스스로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 수면제를 털어 넣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만큼 90년 넘게 살아왔던 평생의 시간보다 앞으로 다가올 죽음의 시간을 더욱 가깝게 느끼는 듯하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일상은 죽어가는 식물에 물을 주고, 텃밭을 가꾸고, 아들의 건강을 걱정하고, 손녀를 챙기느라 하루 종일 바쁘기만 하다. 이소현 감독의 <할머니의 먼 집>은 스스로의 죽음을 준비하며 열심히 현재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할머니의 하루하루를 진심을 다해 담은 작품이다. 언젠가 찾아올 할머니와의 이별을 준비하듯 카메라로 차곡차곡 담아낸 할머니의 일상과 귀가 어두운 할머니를 위해 큰 소리로 말을 걸고, 하루하루 약해져 가는 할머니를 보며 씩씩한 말 뒤로 눈물로 붉어진 눈을 감추지 못하는 감독의 모습처럼 투박하지만 꾸밈없는 영화는 보는 이들의 마음에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죽음을 기다리면서도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가는 할머니의 당당한 모습은 삶의 한 과정으로서의 죽음의 의미, 죽음과 맞닿아 있는 삶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
모은영/서울독립영화제2015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