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단편경쟁

황혜인 | 2023 | Fiction | Color | DCP | 24min (E)

SYNOPSIS

아동보호 실태조사차 구시맨숀을 찾은 정미는 그곳에서 어린 남매 준희와 준서를 만나게 된다. 누가 시킨 듯 부모님은 곧 돌아오신다는 말을 되뇌던 아이들은 갑자기 안방으로 들어가 바닥을 가리키는데… 노란 장판 아래 커다란 맨홀이 있었고, 정미는 아이들로부터 그곳에 들어가 줄 것을 제안받는다.

DIRECTING INTENTION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검은 구멍을 안고 살아가지 않을까.

FESTIVAL & AWARDS

2023 제76회 칸국제영화제 La Cinef 수상
2023 제29회 사라예보영화제
2023 제14회 슬래시영화제
2023 제19회 몬테레이국제영화제
2023 제4회 수려한합천영화제
2023 제52회 모로디스트-키예프국제영화제
2023 제18회 파리한국영화제
2023 제37회 리즈국제영화제

DIRECTOR
황혜인

황혜인

2019 준이
2020 나의 침묵
2023 -196℃

STAFF

연출 황혜인
제작 류승희
각본 황혜인
촬영 박준용
편집 황혜인
사운드 장준구
조명 정한별아
미술 권희승
출연 임채영, 곽수현, 손지유, 홍지석

PROGRAM NOTE

정미(임채영)는 주민센터의 행정사무원이다. 무언가 걱정에 빠진 듯 차 안에 앉아 멍하니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갑자기 차 안으로 들어온 선배가 “아동학대다 뭐다 요즘 말들이 많아서...“ 요지의 말을 한다. 이어 정미 혼자 장기 결석 아동을 확인하러 가는 걸 보니 그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듯하다. 아니나 달라, 유령의 집에 버금가는 맨션에 들어가 남매가 살고 있는 집을 확인하는데 부모님 어디 있느냐고 물으니 첫째 아들이 “어둠 속에 가라앉았어요.”라고 밑도 끝도 없는 말을 한다. 그러면서 안방의 장판을 걷어 보여 주는데, 맨홀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홀>은 기본적으로 ‘텅 빈 굴(空洞)’로 존재하는 맨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끝까지 숨기며 관객의 숨을 조이는 공포물의 문법을 취한다. 흥미로운 건 방치된 아동 실태를 배경으로 하면서 정미로 대변되는 공무원의 시점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업무는 막중한 책임감을 전제함에도 요식적으로 이뤄지고 또한,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함에도 안전장치가 없는 까닭에 위험의 사각지대로 내몰린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무엇보다 사회적 여론이 악화하였다는 이유로 정미는 홀로 이의 상황을 감당하려다가 헤어 나오지 못하는 심리적인 맨홀에 빠지게 된다. 영화는 갇힌 정미를 그대로 내버려 둔 채 끝을 맺는데 <홀>의 의도적으로 무책임한 태도는 그대로 한국 사회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어떤 설정보다 공포로 다가온다.

허남웅 / 서울독립영화제2023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