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산
서울독립영화제2021 (제47회)
본선 단편경쟁
김무영 | 2021 | Documentary | Color | DCP | 18min 34sec World Premiere
SYNOPSIS
1950년 10월 경기도의 금정굴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룬 영화이다. 남한 군경에 의해 한 마을에서 153명 이상이 희생된 이 사건은 1993년 피해자 유족들의 노력으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국가의 배상을 받았으나 여전히 희생자들의 고향에 이들의 유해를 위한 자리는 없다.
DIRECTING INTENTION
금정굴 사건 피해자 유족들의 일상을 기록하고 현재의 금정굴 모습 속에 잔존하는 폭력의 흔적을 찾고자 한다. 과거의 사건을 기억에 의한 기록으로 상상하기보다 현재의 흔적을 통해 과거로 들어가고 이 과정에서 망각된 기억이 어떻게 현재를 작동시키는지 드러내고자 한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김무영
2016 랜드 위드아웃 피플 Land without people
2017 낮과 밤 Day and night
2018 밤빛 night light
STAFF
연출 김무영
제작 김무영
촬영 김무영
편집 김무영
조명 이의록
출연 이용덕, 이경숙, 이병순
PROGRAM NOTE
비극적인 역사가 남긴 상흔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든 실체를 보이기 마련이며, 한국전쟁기에 이 땅의 곳곳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 현장 역시 긴 세월을 거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고양시 황룡산 자락에 위치한 금정굴에서도 양민 학살이 일어났었다. 명분은 1950년 9.28 수복 이후 부역자들을 색출한다는 것이었지만, 피해자 대부분은 적법절차 없이 희생된 무구한 민간인들이었다. 금정굴 양민 학살 사건은 1990년 향토사 조사 도중 사실로 확인되면서, 유족들과 시민 사회단체들이 금정굴사건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유해 발굴에 착수하였다. <황룡산>은 이 지난한 역사를 관조적인 시선으로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아니, 거의 무력한 시선으로 담아낸 영화다. 사건에 대한 세부적인 설명도, 얼룩진 역사에 대한 울분에 찬 외침도 이 영화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영화는 집단 학살의 증거품이 보관된 박물관의 아카이브를 방문하고, 학살 현장의 현재 풍경을 포착하며, 살아남은 이들의 얼굴과 일상과 기억들을 차분히 담아낸다. 누군가는 반문할 수도 있겠다. 이 무력한 다큐멘터리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카메라는 억울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세상 속으로 매개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있지만, 개인의 체험을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 있게 만드는 소박한 매개체이기도 하다. 발굴의 목적이 오랫동안 묻힌 역사의 실체에 다가서는 작업이라면, <황룡산>은 발굴의 과정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미지를 구성해 사건이 시작된 장소로 다가서려 한다. 이 소박한 행보 또한 역사에 다가서는 방식이며 역사를 체감케 하는 또 다른 길이다.
홍은미 / 서울독립영화제2021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