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세요, 병헌씨

서울독립영화제2012 (제38회)

본선경쟁(장편)

이병헌 | 2012 | Fiction | Color | HD | 93min 24sec | 관객상

SYNOPSIS

<p align="justify"> 병헌 씨의 꿈은 영화감독이다. 고된 연출부 생활을 조감독과의 불화로 조기 마감하고 그는 입봉 준비를 위해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다. 신인 감독의 준비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로 한 방송국 제작진은 병헌 씨를 밀착 취재하기 시작하는데, 병헌 씨의 생활은 나태함의 표본이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술을 마시고, 잠에서 깨어 한글 파일을 여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무려 8시간 이상이 걸리며, 어렵게 노트북 앞에 앉아도 한 시간 넘게 영화의 제목과 폰트, 글씨체만을 고쳐 보다가 밤이 되면 다시 술집……. 아직 데뷔 못 한 PD 범수와 아직 데뷔 못 한 촬영기사 승보와 아직 대표작이 없는 배우 영현, 이렇게 네 명은 허구한 날 티격태격하며 술을 퍼마신다. 게다가 술에 취하면 이혼한 전처와 두 살배기 딸이 살고 있는 집에 찾아가 꼬장 부리기 일쑤. 이에 제작진은 취재의 의미를 상실해 가고 급기야 긴급회의를 소집하기에 이른다.</p>

DIRECTING INTENTION

<p align="justify">세네카는 말했다. “아무것도 희망할 수 없는 사람은 아무것도 절망할 필요가 없다.” 많은 장애물에 걸려 넘어져 절망하고 좌절했던 시간이 지난 삶의 대부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아니 지금도 그 시간 안에 있지만 절망해 보지 못한 삶이 얼마나 젊음이란 멋진 단어를 초라하게 만드는 것인지를 일깨워 주는 흔한 명언 하나로 나 자신에게 잔소리를 하고 싶었다. 누군가도 나에게 퍼붓는 잔소리를 엿보고 공감하거나 하다못해 싸움 구경하듯 재미라도 느꼈으면 하고 바라며, 더불어 공감을 선택한 사람들에겐 “힘내세요.” 라고 가볍게 인사말을 전하고 싶다. 젊었을 때 이 말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가를 새삼 느끼며. </p>

FESTIVAL & AWARDS

Premiere

DIRECTOR
이병헌

이병헌

STAFF

연출 이병헌
제작 이병헌, 심상혁
각본 이병헌
촬영 노승보
편집 문세경, 양동엽
조명 노승보
음악 김태성, 박석원
출연 홍완표

PROGRAM NOTE

<힘내세요, 병헌씨>는 영화를 만드는, 아니 만들고 싶어 하는 청춘들에 대한 유쾌한 드라마다. 강형철 감독과 함께 <과속스캔들>과 <써니>의 각색을 맡았던 감독의 재치 넘치는 아이디어와 농 짙은 입담은 영화를 즐기기에 충분하게 만든다. 영화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가 늦는 바람에 조연출 자리에서 쫓겨나게 된 영화감독 지망생 이병헌의 감독 입봉 도전기를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인간극장’ 형식으로 전개된다. 다시 말하자면 영화는 휴먼 다큐멘터리의 관습적인 형식을 의도적으로 차용해 영화 만들기의 과정을 투영하고, 더불어 산업의 테두리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환경을 비판적으로 반영한다. 결국 영화는 감독 자신이 경험한 영화인으로서의 삶과 고민을 영화를 통해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만나기만 하면 서로를 헐뜯는 지질한 4인조 자칭 영화인들의 부질없는 만담과, 의도와 다르게 점점 변질되어 가는 지난한 감독 데뷔의 과정, 자본과 마케팅의 논리로 쉽게 폄하되는 창작의 의지 등 현실 세계와 너무나도 흡사한 영화 속 상황들은 비록 우스꽝스럽게 그려지지만 그리 유쾌하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장치는 다큐멘터리임을 털어놓고 시작한다는 점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대부분 카메라를 보며 인터뷰 형식으로 속내를 드러낸다. 창작 욕구에 사무친 감독은 간혹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에도 개입하기도 하고, 심지어 제작 스태프들과 충돌을 빚기도 한다. 결국 영화도 실패하고, 영화 만들기를 담는 다큐멘터리도 별 성과가 없다. 오로지 마지막 남는 건 감독의 자유 의지를 통해 완성된, 그리고 네 친구의 꿈과 능력을 담은 작은 단편영화뿐. 과연 관객들이 목격한 진짜 영화는 무엇일까? 병헌이 주인공인 가짜 다큐멘터리일까? 혹은, 완성되지 못한 이병헌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나 마지막에 붙어 있는 단편영화? 영화의 실체는 어디에도 없다. 대신 배우 이병헌이 살아가는 영화 속 공간과 감독 이병헌이 살아가는 현실 공간이 너무나도 닮아 있다는 냉혹한 현실만 남아 있을 뿐이다.

허욱/서울독립영화제201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