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律, 장률
서울독립영화제2009 (제35회)
장률 감독 특별전
우혜경 | 2009|Documentary|Color|DV|94min
SYNOPSIS
2004년 첫 장편 <당시>로 데뷔한 장률은 현재까지 6편의 영화를 만들면서 주목 받기 시작한 재중동포 3세 감독이다. 자신의 고향 중국 연변과 아버지의 고향인 한국, 그리고 현재 거주하고 있는 베이징을 오가면서 새 영화 <두만강>을 준비하는 그의 모습 속에는 언뜻언뜻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며 끊임없이 경계를 넘어야만 하는 이방인의 모습이 감돈다. 조선족 혹은 재중동포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장률의 주변에는 항상 서로 다른 언어들(한국어, 조선어, 중국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과 수많은 질문들이 넘쳐난다. 그리고 카메라는 이러한 그를 영화 속에 인용한 자크 데리다의 말처럼 이방인이라는 존재 그 자체로 ‘질문 없이’, 그리고 ‘조건 없이’ 환대하고자 한다.
DIRECTING INTENTION
장률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든 나에게 누군가 ‘그래서 결국 장률은 어떤 사람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난 여전히 답을 할 수 없을 것이다. 한 인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는 것은 대상에 대한 진실을 밝혀내는 작업이라기보다 그저 그에 대한 내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불과하다는 것을 작업을 끝내고 나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재중동포 혹은 조선족이라는 신분이 한국에 찾아온 장률을 수많은 질문의 대상이 되도록 만들고, 결과적으로 장률을 편의에 따라 이리저리 호명하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쩌면 이것은 우리가 장률을 이방인으로 인정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는 그를 ‘장률’이라고 부르지만, 그는 자신의 이름을 ‘張律/Zhang Lu/’이라고 말한다. 그는 사실 ‘장률’이 아니라 (우리에게 타자/이방인으로서의) ‘張律’인 것이다. 오히려 너무 많은 강박적인 질문들은 ‘이방인’ 장률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할 뿐이다.
FESTIVAL & AWARDS
프리미어
DIRECTOR

우혜경
STAFF
연출 우혜경
제작 우혜경
촬영 배준현, 우혜경, 김광호
편집 우혜경
PROGRAM NOTE
그를 둘러싼 모든 명명들을 차치하고, <장률, 장률>이 보여주는 장률은 한 마디로 ‘열정’이다. <두만강>의 배우를 캐스팅하는 장률, 영화 찍을 장소를 찾아다니는 장률, 배우들에게 연기를 가르치며 함께 이야기 하는 장률, DVD 코멘터리를 하는 장률, 자신의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는 장률, <두만강>을 찍는 감독 장률, 인터뷰를 하는 장률, 영화제 대담에 참석하는 감독 장률, <부친>의 시나리오를 쓰는 장률... 영화와 함께 하는 인간 장률은 바로 열정 그 자체이다.
그런 그에게 <장률, 장률>은 수많은 질문들을 던진다. 장률에게 던져지는 가장 많은 질문은 바로 정체성과 언어에 대한 문제들이다. 장률은 영화를 만드는 과정 속에서 한국어와 중국어를 모두 사용한다. 어떤 인터뷰는 한국어로, 또 다른 인터뷰는 중국어로 한다. 그래서 더더욱 언어의 문제는 정체성에 대한 물음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자크 데리다가 “그들에게 모국의 언어는 이미 타자의 언어”라고 언급한 것과 같이, 그가 쓰는 언어는 어떤 것이던지 처음부터 타자의 언어였다. 그렇다면 타자가 아닌 자아는 무엇인가?
영화를 만드는 장률에게 언어와 정체성이라는 것이 영화보다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까? 정체성이란 것이 그에게 영화 이상의 의미를 갖는 걸까? 다시 묻자면, 이제 그에게 정체성에 대한 물음은 지겹지 않은가? 그를 둘러싸고 있는 컨텍스트에 대한 물음 이전에, 그의 영화에 대한 열정, 영화를 만들려는 의지, 그의 인생과 영화라는 것에 대한 물음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디아스포라, 경계, 주변인 등등의 명명을 넘어서서 이제 감독 장률을 바라보자.
김수현/서울독립영화제2009 해외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