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다리 밑에서

서울독립영화제2010 (제36회)

본선경쟁(단편)

우연식 | 2010|Animation|Color|HD|10min

SYNOPSIS

2025년의 서울, 청계천 앞에서 갈등을 겪던 꼬마 형제는 알 수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화를 내고 떠난 형을 뒤로 하고 동생은 그 노래에 몰입하게 되는데

DIRECTING INTENTION

주변의 슬픔이나 고통에 유난히 깨어 있는 사람들과, 그런 것에 대한 관심보다는 앞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은 함께 어우러져 살고 있다. 그것은 성향 차이일 뿐 선악을 구분 지을 수는 없지만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는 사람은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

DIRECTOR
우연식

우연식

STAFF

연출 우연식
각본 우연식
미술 우연식
음향 이성환
음악 유희천
출연 유선아, 양지숙, 김동석

PROGRAM NOTE

때는 2025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5년 후의 청계천. 여전히 청계천에는 물이 흐르지만, 그곳은 자연의 마지막 자취마저 사라지고, 주변은 획일적인 고층건물들로 완전히 포위된, 그 어떤자유도 허락되지 않은 통제된 인공 웅덩이, 기억도, 역사도, 이야기도 상실한 공간이 되었다. 그런데 거기, 갑자기 과거로부터 날아온 듯한 남루한 차림의 남자가 청계천의 역사를 노래한다.정확히 말하면, 청계천 복구사업이 진행되기 전, 청계천 주변 상가들이 줄지어 서 있을 때, 어느가게 안 철창에서 애타게 주인을 기다리던 원숭이에 대한 이야기를 노래한다. 영화의 시대는미래지만, 영화가 노래하는 시대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시절, 우리 역시 과거로 기억하고 있는 그 시절이다. 어여쁜 소녀에게 “나를 봐주세요”라고 애원하던 원숭이는 청계천 복구사업이시작된 후, 숲에 버려진다. 그리고 산천을 떠도는 슬프고 처절한 야생 원숭이가 된다. 다리 위의남루한 남자가 “이것이 검은 다리 밑에서 묻혀버린 이야기, 이젠 지워져버린 이야기”라고 노래하며 첨단 도심에 낡은, 그러나 서글픈 과거를 불러올 때,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청계천 개발과관련된 그 어떤 이야기, 그 어떤 구호, 그 어떤 싸움보다 우리를 슬프게 한다.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렸을까. 무엇을 망각한 걸까. 우리가 아직 가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우리가 이미 지나온과거를 기억하는 <검은 다리 밑에서>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그 사이의 시간, 개발로 얼룩지고 죽어가는 청계천의 시대를 생각하게 한다.

남다은 / 서울독립영화제201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