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자는 척을 할까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본선 단편경쟁
장윤미 | 2020 | Experimental | Color | DCP | 16min 23sec (E)
SYNOPSIS
이미지는 고이고, 이야기는 흐른다.
DIRECTING INTENTION
목적 없는 이미지들의 집회.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장윤미
STAFF
연출 장윤미
각본 장윤미
촬영 장윤미
편집 장윤미
PROGRAM NOTE
끈에 묶인 장난감이 생수병 주위를 뱅글뱅글 돌고 있다. 어찌나 많이 돌았는지 땅엔 동그란 모양으로 자국마저 나 있다. 촬영자의 눈길을 우연히 잡아끈 듯한 이 저화질의 영상은 어딘지 기묘한 기운과 한자리를 계속 맴돈다는 반복의 감각을 화면에 드리운다. 이러한 장면으로 시작하는 장윤미 감독의 <고양이는 자는 척을 할까>는 계속해서 맴돌고 되풀이되는 이미지 조각들로 이루어진 영화다. 짤막한 크레디트를 참고하자면, 영화를 채우는 이미지들은 감독이 중국, 인도, 파키스탄을 여행하며 촬영한 영상의 토막들인 것 같다. 모래언덕을 오르는 사람, 노동자들, 날아가는 새, 험준한 산맥, 세찬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울퉁불퉁한 길 위를 이동하며 바라본 바깥 풍경 등. 그러니 이 영화를 단순한 여행자의 기록물쯤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영화 곳곳의 이미지들은 누군가의 기억과 추억이 되기에는 다소 파편적이다. 때로 방향감각을 상실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장면들의 배열, 서로를 설명하지 않고 그저 각자의 속도로 진행될 뿐인 이미지와 자막. 이것은 어쩌면 고양이가 꾸는 꿈일 수도 있겠다. 카메라는 줄곧 화자의 방으로 돌아와 창밖을 바라보고, 고양이에 대해 생각하면서 시간적 공간적 거리를 건너뛰어 다른 어딘가로 불쑥 가 보길 반복한다. 이 장면들을 잇는 건 정연한 논리가 아니라 아무렇게나 흐르는 화자의 꿈, 고양이의 생각, 그리고 ‘보는 기쁨’이다. 어두운 창밖을 순식간에 밝히는 벼락처럼, 의미는 비워지고 순간의 감흥이 번뜩이는 이미지들을 통해 본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자 하는 작품이다.
손시내 / 서울독립영화제202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