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의 희로애락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선택장편
장윤미 | 2018 | Documentary | Color | DCP | 88min 53sec (E) | 특별언급
SYNOPSIS
평생 건물 만드는 일을 해온 노동자가 있다. 그는 일만 열심히 하면 모든 게 잘 될 거라고 믿었다. 그의 한 세월의 노동, 그리고 한 시절의 마음.
DIRECTING INTENTION
오르는 건물, 무너지는 마음.
FESTIVAL & AWARDS
2018 제23회 인디포럼신작전
2018 제10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최우수한국다큐멘터리상
DIRECTOR

장윤미
2012 <군대에 가고 싶지 않은 마음>
2014 <어머니가방에들어가신다>
2015 <늙은 연꽃>
STAFF
연출 장윤미
촬영 장윤미, 윤직원
편집 장윤미
출연 장수덕, 고 박노연, 장윤미
PROGRAM NOTE
거창한 문제의식이나 야심찬 형식적 자의식이 있는 건 아니다. 딸이 아버지를 찍었을 뿐이다.
아버지의 일터에서 그가 노동하는 모습을 바라보거나 틈틈이 그를 카메라 앞에 앉혀두고 인터뷰를 했을 뿐이다. 직접 차를 몰고 전국의 건축현장들을 오가며 돈을 벌었던 아버지의 행로를 따르듯, 고속도로를 달리며 그 적적한 길의 풍경을 담고, 아버지가 건축에 참여했던 아파 트들의 광경을 바라보았을 뿐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영화는 미세한 결들로 종종 떨리고 (그 떨림을 보는 우리는 감지하지만 영화 자신은 의도하거나 의식하는 것 같지 않다) 내적으로 깊어진다. <공사의 희노애락>이 부녀관계라는 연결고리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은 맞지만, 감독은 그 ‘관계’를 찍는데 큰 관심이 없어 보이고, 다만, 아버지라는 ‘사람’을 찍고 싶어 한다. 근면한 노동자로 살아왔고 여전히 그러하지만, 그 삶을 벗어나는 법을 알지 못한 채 어느새 노년이 되어, 회환과 슬픔과 우울과 미련에 젖은, 그저 지독하게도 쓸쓸한 남자의 초상. 아마도 둘이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눴다면 딸은 그러한 초상을 마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딸이 아니라 둘 사이에 놓인 카메라를 바라보며 비로소 자신의 삶에 말을 거는 것 같고, 그럴 때 그의 얼굴과 목소리에 지나가는, 그 자신조차 어쩌지 못하는 작은 요동들을 카메 라는 물끄러미 응시한다. 딸이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전시하지 않음에도 이 영화에 자꾸만 슬픔이 고이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남다은 / 서울독립영화제2018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