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의 윤리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본선 단편경쟁

전수빈 | 2020 | Fiction | Color | DCP | 26min 31sec

SYNOPSIS

단편영화 촬영을 앞두고 대본 리딩을 위해 모인 사람들. 영화제를 휩쓸겠다는 일념으로 의지를 불태우는 감독 영신과 조연출 윤슬을 중심으로 배우들과 스태프, 총 일곱 명이 한 방에 모여든다. 촬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긴장감과 동시에 흥분을 느끼는 사람들. 하지만 대본 리딩이 한창 진행되던 중, 배우 상희와 연출부 막내 하영이 시나리오의 설정에 사소한 의문을 제기하면서부터 점차 영화 제작 과정에 숨겨져 있던 불편한 진실들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DIRECTING INTENTION

예술, 혹은 결과라는 게 그렇게도 중요한 걸까? 마땅히 지켜져야 할 것들이 이 결과를 위한 과정에서는 무시되어도 좋을 만큼 큰 의미가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들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영화 만든다는 것’에 대한 낭만은 덜고, 결과가 아닌 과정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했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전수빈

전수빈

 

2015 급식실 오디세이
2016 선이
2018 상이의 비디오

 

STAFF

연출 전수빈
각본 전수빈
편집 전수빈
조연출 최은비
미술 송지연
제작 조다빈
촬영 정진혁
조명 정진혁
사운드 최가영
음악 신경철
출연 김예지, 김건, 하호동, 정의진, 오규철, 조훈희, 김지윤, 황윤하

PROGRAM NOTE

단편영화 촬영을 앞두고 대본 리딩을 위해 모인 스태프들과 배우들. 문어체 대사를 수정하면 좋을 것 같다는 주연배우 상희의 제안으로 시작된 시나리오 피드백은 시나리오의 형편없음과 영화 제작 과정에서 감독이 숨겨 둔 여러 문제들까지 수면 위로 드러내게 만들어 리딩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시나리오에서 드러난 여성에 대한 감독의 무지와 오만과 아집에서 비롯된 논쟁은 스태프들 사이의 직급과 포지션에 따른 위계, 인건비 문제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과정의 윤리>는 지금 현재, 2020년의 영화 만들기 과정을 문제 삼는다. 거기에 질문을 좀 더 뻗을 필요가 있다. 영화란 무엇이고 영화는 어떠해야 하는가. 극으로 보이면서 과장된 측면이 다소 있다 하더라도 영화가 건드리는 이야기는 다큐멘터리처럼 현실에 이물감 없이 달라붙는다. 영화에 등장하는 각자의 캐릭터들은 각자의 소임을 다하고, 관객이 어떤 인물에 이입할지에 따라 영화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의 무게를 조금씩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 모든 문제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결국 영화는 엎어진다. 에필로그에서 새로운 영화가 시작될 거라 보여 주지만, 여전히 우리는 어떻게 ‘영화’를 만들까. 다른 ‘영화’는 어떻게 가능한가. 모든 배우들의 열연 덕에 무겁지 않게 때로는 웃으면서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영화가 끝나면 질문은 모두의 몫으로 남는다. ‘어떻게’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왜’에 대해서.

안보영 / 서울독립영화제202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