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생실습을 온 강은경이 전국 모의고사 1등을 달리고 있는 흑마술 동아리 소녀들을 마주한다.

무너진 교권과 공교육. 그리고 사라진 서당의 역사를 조명하며 시대를 웃음으로 위로한다.

2025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작품상, 배우상
2025 제25회 가오슝영화제

세영여고 졸업생 은경은 교생실습 차 오랜만에 학교를 찾았다. 10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교풍은 온데간데없고, 학생들은 하나같이 성적에만 열을 올리며, 교권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친 지 오래다. 교사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참교육을 향한 남다른 포부를 지닌 은경은 이 상황이 당혹스럽다. 그런 그녀 앞에 의문스러운 흑마술 동아리 ‘쿠로이 소라’의 세 소녀가 등장하고, 서서히 학교의 비밀이 드러난다. <교생실습>은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2024)로 삭막한 학원 생태계를 코믹 호러 학원물로 신나게 격파해 낸 김민하 감독의 신작이자 전작의 속편 격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고득점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영혼까지 저당 잡힐 각오를 해야 하는 학생들, 그런 아이들의 연약한 마음을 영악하게 이용해 무시무시한 거래를 제안하는 흑마술 세계. 이 슬프고 무시무시한 현실은 비단 현재의 학교 안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영화는 시선을 확장해 일제강점기로까지 거슬러 올라가 역사의 시간과 접속해 낸다. 하지만, 엄숙하거나 심각해지거나 어둑하지 않다. 신파로 흐르는 것 또한 경계한다. 경쟁 사회 속 교육의 의미, 스승과 제자 사이의 관계를 재고하는 방식이 시종 유쾌하고, 강단 있고, 호기로우며, 호방하다. 적폐에 맞서고, 원칙을 지켜내며, 통쾌한 일격을 가한다.

정지혜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