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

서울독립영화제2024 (제50회)

허범욱 | 2024 | Animation | Color | DCP | 105min (E)

TIME TABLE
11.30(토) 11:30-13:14 CGV압구정(본관) 2관 E, GV, 15
12.2(월) 13:00-14:44 CGV압구정(본관) 3관 E, 15
12.5(목) 19:30-21:14 CGV압구정(신관) ART2관 E, GV, 15
SYNOPSIS

강렬한 의지로 구제역에서 홀로 살아남은 ‘돼지 H’는 다짐한다. 쓰레기처럼 죽지 않으려면 인간이 되어야 한다. 몸은 물론이거니와 얼굴까지 의심할 여지 없는 완벽한 인간, 그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 확신한다. 그는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다.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이 괴롭힘에 시달리던 ‘최정석’은 다짐한다. 이 지긋지긋한 인간의 삶을 포기하고 싶다. 차라리 짐승이 되고 싶다. 본능에 충실한, 죽고 싶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그야말로 원시 상태의 완벽한 짐승.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릴 준비가 되어 있다.

DIRECTING INTENTION

‘인간다움’이라는 허망함에 대하여.

FESTIVAL & AWARDS

2024 제48회 안시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2024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특별언급
2024 제24회 뉴샤텔 국제판타스틱영화제
2024 제17회 스트라스부르 유러피안 판타스틱영화제
2024 제20회 서울 인디애니페스트 관객상
2024 제57회 시체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
2024 제9회 런던 아시아 영화제
2024 제21회 홍콩 아시안 영화제

DIRECTOR
허범욱

허범욱

2014 창백한 얼굴들
2019 갈라파고스

STAFF

연출 허범욱
제작 허범욱 필름, 크리에이티브 섬
각본 허범욱
캐릭터 디자인 이한수
편집 허범욱
음악 김수진
사운드 조계환
모션캡처 연기 한우진
목소리 연기 남도형, 민승우, 김도희, 방시우, 박주광, 나은혁, 김용석, 임혁

PROGRAM NOTE

두 손을 들어 환영하고 싶은 애니메이션이다. 편애 아니냐고 말할 사람도 있겠으나, 서독제 경쟁 부문에서 장편 독립영화 애니메이션은 여전히 귀한 존재인 게 사실이다. 허범욱은 이번 작품에서 특유의 표현력을 끝까지 밀어붙이는데, 그런 까닭에 영화는 깨어나지 못할 악몽처럼 보인다. 집단 살처분의 처참한 현장에서 살아 나온 돼지와 병영 내 학대를 당하다 살인을 저지르고 탈영한 병사가 숲의 귀퉁이에 각기 머문다. 앞선 작품에서 타자의 살과 피를 취하는 행위를 욕망으로 풀던 것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그것을 변용의 계기로 작동시킨다. 결국 반(半)인간, 반짐승의 외모를 띠게 된 두 인물은 원초적이고 신화적인 공간인 숲속에서 존재적 허기와 맞닥뜨린다. 영화는 두 존재 중 이름조차 없는 돼지의 허영에 무게를 더 부여함으로써 ‘인간답게 살아라’라는 빤한 주제에 도달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편이다. 두 존재는 한 공간을 나란히 차지해 배회하면서도 마주치는 법이 없다. 그들은 결국 하나인 걸까. 어쨌든 그들은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짓을 멈추지 않는다. 철학적 접근을 위해 대화법을 구사하는 건 당연하지만,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애니메이션이 대사에 깊숙이 의존하는 방식은 다소 지독하다 싶을 정도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는 매혹적이면서 무시무시한 장면이 넘치는데, 숲이 안개에 휩싸인 부분이 특히 그러하다. 환각적인 상황임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믿을 수 없으리만큼 현실적인 감각이 전달된다, 흡사 안개가 살에 닿기라도 한 것처럼.

이용철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