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유발자.. 잠들다

서울독립영화제2007 (제33회)

회고전

유정현 | 1999 | Fiction | 16mm | Color | 15min

SYNOPSIS

축구 시간에 빚어진 마찰로 노랑머리는 정현을 매 쉬는 시간마다 죽도록 때린다. 반항하는 정현. 그러나 정현의 얼굴은 망가져간다.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정현은 긴 잠을 자기 시작하는데…

DIRECTING INTENTION

우리는 어렸을 적 경험의 여러 단면들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 경험 중 들추고 싶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그것을 되새김으로써 과거의 상처가 아물 수 있기를 바란다.

FESTIVAL & AWARDS

2001 제3회 메이드인부산독립영화제 초청작
2000 제26회 한국독립단편영화제 새로운 도전 부문 최우수 작품상
1999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우수작품상
1999 끌레르몽 페랑 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공식 상영작

DIRECTOR
유정현

유정현

1995 <라스베가스 인 서울>

1999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1999 < 구타유발자... 잠들다 (16mm) >

2005 <붓다 스타일>

2006 시리즈 다세포소녀 6개의 옴니버스 영화

< 일진 무쓸모에 가다1,2 > < 마음의 소리 >

< 말에게 이름을 지어줘 > < 목격 > < 외눈박이와 마법의 털 >

 

 

STAFF

연출 유정현
제작 최준혁, 조주연
조연출 김지혜
각본 유정현
촬영 한형종
편집 이도형, 유정현
분장 유희원, 임은주
옵티컬 쿠알라
사운드 김정호
출연 유정현, 계성용

PROGRAM NOTE

<구타 유발자... 잠들다>에는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며, ‘학교 폭력’과 ‘왕따’라는 소재가 전체적인 이야기의 틀을 이룬다. 정현은 학습능력이 뛰어나지 않으며, 운동에도 남다른 소질이 없다. 고등학교 체육시간, 정현은 축구하는 아이들 틈에 끼어있지만 존재감이 없다. 그는 수비수이지만 번번이 공을 놓쳐 상대편에게 득점 기회를 준다. 보다 못한 ‘노랑머리’는 정현을 구타한다. 폭력에는 묘한 쾌감을 부르는 중독이 존재하는 것일까? 노랑머리는 수업시간마다 정현을 구타하는 상상에 빠진다. 그는 교실 뒤에서 정현을 때려 눕혀보고, 많은 아이들이 보는 복도에서 정현을 때려서 정현보다 자신이 우월함을 드러내고 싶다. 또는 옥상에서 정현을 흠씬 두들겨 팬 후 담배를 피우며 정현의 등을 다독여보고도 싶다. 이 영화에서 남성의 존재감은 폭력의 판타지를 통해 구현된다. 폭력은 남성에게 섹스만큼 강한 중독이며, 끊을 수 없는 담배와도 같다. 하지만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는 명확하다. 결국 노랑머리는 노을이 지고 밤이 되어도 정현을 폼나게 때리는 꿈을 실행하지 못한다. 가해자인 노랑머리의 판타지는 한낮의 몽상일 뿐이다. <구타 유발자... 잠들다>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갈등을 봉합하지 않고 둘 사이의 적당한 화해의 제스츄어로 마무리한다. 약간은 미적지근한 결말. 그러나 이 영화는 결말부분에서 피해자의 판타지를 보여주기에 매력적이다. 노랑머리는 정현에게 어색한 인사를 건네며 집으로 돌아가고, 혼자 남은 정현은 책상 위에 누워서 꿈을 꾼다. 그 꿈은 피해자의 꿈이면서 동시에 폭력에서 스스로 탈출하는 나약한 인간의 꿈이다.

이도훈 / 서울독립영화제2007 관객심사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