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너머에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장편 쇼케이스

박홍민 | 2020 | Fiction | Color | DCP | 118min 39sec (E)

SYNOPSIS

20년 만에 만난 첫사랑 인숙과 그녀의 딸 지연, 그들을 만난 이후 경호에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과거의 상황을 계속 마주하며 경호는 자신이 기억 속에 갇혀 있음을 깨닫는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호는 지연과 함께 인숙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한편 경호의 방안에 개미 한 마리가 기어 다닌다.

DIRECTING INTENTION

관계 안에서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하여.

FESTIVAL & AWARDS

2020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박홍민

박홍민

2011 물고기

2015 혼자 

 

STAFF

연출 박홍민
제작 차혜진
각본 차혜진, 박홍민
촬영 김병정
편집 박홍민
조명 최용환
음악 김철환
사운드 홍성준
시각효과 지명구
출연 김권후, 오민애, 윤혜리, 이주원, 강은진, 박노식

PROGRAM NOTE

<물고기>와 <혼자>의 세계가 반복되는 건 맞다. 박홍민은 ‘죽음, 귀신, 영(靈), 꿈, 기억, 인연, 무의식’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대 너머에>를 연작이라 부를 수는 없지만 전작들과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20년의 간격을 두고 경호와 인숙이 만났는데, 인숙에게 딸 지연이 있다. 한 줄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점은 경호가 감독, 즉 창작자라는 것이다. <혼자>의 주인공도 감독이었으나, 이번 주인공은 감독 박홍민과 좀 더 결부된 인물이다. 경호는 무의식의 물질화에 매진하는 박홍민을 닮았다. 그는 쓴다, 고로 존재한다. 그는 문자 그대로 인숙이 지은 의식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기를 시도하고, 인숙은 의식의 집 문을 열어 그를 초대한다. 그러나 경호가 쓴, 그래서 존재한다고 믿었던 세계는 곧 허구임을 드러낸다. 인숙과 지연은 물론 경호조차 허구의 존재인지 의심스러운 세계에서 유일하게 실존하는 건 카메라다. 나무 위로 기어가는 개미를 찍은 비디오가 한 예다. 비디오를 보던 인숙이 아래로 내려보라고 주문하면 카메라의 시선이 땅 쪽으로 이동해 모래 위를 걷는 또 다른 개미를 찍는다. 비디오에 찍힌 이미지는 고정되기 마련인데, 인숙의 상상 속에서 경호가 과거에 찍은 비디오는 자유자재로 새로운 이미지를 형성한다. 이렇듯 창작자와 만나 더욱 풍성해진 박홍민의 ‘골목 오디세이’는 ‘98분 44초부터 102분 25초’ 사이에 폭발한다. 인숙이 서쪽 모퉁이 집에서 나와 동쪽 아래 골목으로 불쑥 등장하는 221초는 올해의 장면이라 부를 만하다.

이용철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