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된 소녀

서울독립영화제2024 (제50회)

단편 쇼케이스

육광수 | 2024 | Fiction | Color | DCP | 30min (E) World Premiere

TIME TABLE
11.29(금) 12:00-13:35 CGV압구정(본관) 3관 E, GV, 12
12.1(일) 20:10-21:45 CGV 청담씨네시티 프리미엄관 E, GV, 12
SYNOPSIS

300년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 최장 명창가 가주 ‘진례’의 장례식.
그녀의 딸이자 오늘날 최고의 명창이라 불리우는 소리청의 대모 ‘채선’과 가문의 명맥과 어긋난
꿈을 꾸는 손녀 ‘소련’이 각자 다른 한을 간직한 채로 서로 다른 노랫가락을 읊조린다.

집 안에 들어서면 모녀를 감시하듯 줄지어 노려보고 있는 역대 선대 명창들의 영정.
그런 영정 속 선대들을 등에 이고 근본이란 이름의 영광을 누리는 엄마 채선,
저런 영정 속 선대들을 마주하고 대적하는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후대 소련.

영정 속 선대들은 후대의 자유를 앗아 간 적인가, 그들의 영광을 이룩한 아군인가.
근본이란 이름하에 ‘그릇’ 된 소녀에게 저항하는 ‘그릇된’ 소녀의 이야기.

DIRECTING INTENTION

300년 동안 전통과 명맥이란 영광하에 아무도 부수지 못한 굴레를 마침내 벗어던지려는 한 소녀를 필두로 펼쳐지는 오컬틱 판소리 영화.
가장 한국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가장 차가운 상황들 속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들이 격돌하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도전자의 날 선 외침과, 실제 명창의 압도적 유려함과 함께.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육광수

육광수

2022 단칸방

STAFF

연출 육광수
제작 이나린
각본 육광수
촬영 최종만
조명 김민철
동시녹음 김재환
미술 탁지나
의상 송다현
음악 이태영
믹싱 박유민
D.I 이용기
편집 육광수
조연출 주시현
출연 박자희, 이재광

PROGRAM NOTE

‘소련’은 뮤지컬 가수가 되고 싶다. 하지만 어머니 ‘채선’은 가업을 물려받기를 바라며 소련의 오디션을 방해한다. 너무 평범하고 뻔한 로그라인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는 비장의 무기를 하나 가지고 있다. 바로 ‘판소리’다.
영화는 강렬한 판소리와 함께 그림 같은 언덕 위에서 시작된다. 오프닝만 보아도 연출자가 이 영화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엿보인다. 탁 트인 도시를 배경으로 한 언덕을 대체 어디서 찾은 것인지,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그림 같은 풀숏들과 드론을 활용한 부감까지, 연출자의 야심이 유감없이 드러나는 오프닝이다.
영화는 판소리를 계승하려는 어머니 채선과 뮤지컬 가수가 되고 싶은 소련을 계속 대비시킨다. 마치 동양과 서양, 전통과 신문물처럼 불교와 천주교, 바둑과 체스 같은 상징을 통해 두 모녀의 상반된 가치관을 대조적으로 보여 준다.
소련과 채선을 맡은 박자희 배우와 이재광 배우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소리꾼을 캐스팅한 건지 배우를 캐스팅한 건지, 영화 속 두 배우는 소리와 연기 모두 훌륭하게 소화해 낸다.
이 영화의 백미는 마지막 장면이다. 소련이 억눌렸던 감정을 한풀이하듯 소리로 쏟아내는 장면은 이 영화가 왜 판소리를 소재로 선택했는지 보여 준다.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 마치 벗어날 수 없는 저주처럼 해석한 연출의 시선도 인상적이다.

정혁기 / 서울독립영화제2024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