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소녀

서울독립영화제2013 (제39회)

본선경쟁(단편)

이준필 | 2013 | Fiction | Color | HD | 24min 15sec

SYNOPSIS

사채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출팸’(가출 청소년들이 무리 지어 생활하는 것) 생활을 하고 있는 선영. 어느 날 아침 옆에서 자던 소년이 자위를 하고. 새로운 가출팸을 찾아보지만 쉽지 않다. 선영은 사채 사무실에서 돈을 훔친 뒤, 2년 전 함께 살던 혜정을 찾아간다.

DIRECTING INTENTION

돈이 곧 빛처럼 돼 버린 세상. 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 그림자가 돼 가는 아이들이 있다. 이제 막 그림자가 돼 가는 소녀와 이미 그림자로 살아가는 소녀의 조우. 그곳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찾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Premiere

DIRECTOR
이준필

이준필

2008 < Run! >
2010 <피죤원정대>

STAFF

연출 이준필
제작 오가음
각본 이준필
촬영 박찬희
편집 이준필
조명 박성훈, 지상빈
미술 이제인
음악 계형민
녹음 최지원
믹싱 고은하
조연출 유승범
출연 류혜영, 조세희, 이정훈

PROGRAM NOTE

앳된 소녀가 있다. 열여섯, 아니면 열일곱쯤 되었을까. 소녀는 대낮에도 교복을 입지 않고 주택가며 대로변을 전전한다. 그럼에도, 교복을 입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앳된 소녀다. 소녀는 집에 들어가지 않는 아이들이 머무는 센터에서 잠을 자고, 차창에 일수 명함을 꽂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간다.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남기지 못한 소녀에게 어른들은 돈을 주지 않는다. 결국 소녀는 사무실의 돈을 몰래 훔치고 또 다른 소녀를 만나 도망친다. 어른 남자가 두 소녀를 쫓아온다. 열심히 도망쳤지만, 둘은 어느덧 궁지에 몰린다. 그 순간 비현실적인 일이 일어난다.
앳된 소녀가 있다. 웃으면 햇볕처럼 쨍하게 주위를 밝힐 눈매를 가진 소녀다. 하지만 이 소녀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햇볕처럼 웃는 것이 아니라 그림자가 되어 지워지는 법을 체득하는 것이다. 소녀에겐 세상의 공격을 견딜 그 어떤 보호구도 없다. 세상의 견고한 울타리 안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그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잠복이다. 그리고 잠복의 궁극은 그림자가 되는 것이다. 일수 명함을 꽂는 아르바이트는 그림자가 되는 훈련이나 매한가지다. 홀연히 등장해 홀연히 사라지는 것이 주요 업무이기 때문이다. 누가 소녀에게 자신을 지우길 그만두라고 말할 수 있을까, 훔친 돈을 제자리에 갖다 놓으라고 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지는 그 얼굴 앞에서.

김송요/서울독립영화제2013 데일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