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카페

서울독립영화제2017 (제43회)

선택단편

김아영 | 2017 | Animation | Color | DCP | 9min 28sec (E)

SYNOPSIS

오염된 지구에서 인간이 살아 갈 수 있는 방법은 쓰레기더미 안에서 자원을 찾는 것이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농사를 사명으로 지켜온 한 가족이 있다. 20살이 된 장녀 ‘가’는 오염되지 않은 흙과 물을 사기 위해 여름의 쓰레기 공장에 취직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녀의 꿈은 공장 사람들과 같이, 땀 흘려 번 돈으로 겨울의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는 것으로 바뀐다. ‘가’는 쉬지 않고 10년 동안 열심히 일을 한다. 그런데, 함께 꿈을 키우던 존경하던 선배가 급사한다. 충격에 휩싸인 ‘가’는 홀로 겨울의 카페를 찾는다

DIRECTING INTENTION

우리가(내가) 돈을 지불하고 구매하려고 하는 모든 것들이 공짜라면, 우리는(나는) 어떻게 살까?

FESTIVAL & AWARDS

2017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2017 제09회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2017 제13회 인디애니페스트

DIRECTOR
김아영

김아영

2003 <당신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2007 <상상치도 못한 일>

STAFF

연출 김아영
제작 김아영
각본 김아영
편집 김아영,김다영
음악 오수진
미술 김아영
애니메이션 김아영, 김지영, 김재수, 김다영
목소리 김도영, 천지선, 최지훈

PROGRAM NOTE

동화는 삶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삶과 세상은 때로 생략될수록 그 본모습을 확연히 드러내며, 동화는 그와 유사한 방식으로 삶의 가장 악랄하고 악취 나는 부분을 고스란히 보여주기도 한다. <그 카페>의 그림과 대사, 스토리, 연출은 그러한 간결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길게 부연하지 않고, 전부 설명하려 들지 않고, 걷어내며 보여준다.
여기 사람이 한 명 있다. 열 살 때는 아버지의 무릎 옆에서 농사법을 배웠으나 스무 살 때는 오염되지 않은 땅을 갖기 위해 집을 떠나 쓰레기 공장에 취직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십 년 동안 쉬지 않고 일한다. 그와 그의 동료는 카페에서 누리는 ‘차 한 잔의 여유’를 소원한다. 누군가에게는 이 여유가 일상의 소소한 기쁨이겠으나, 이들에게는 꿈꿀 수 있는 유일한 행복이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빛이 회색으로 변해가는 동안 이 꿈은 사치와 동의어라는 것이 확실해진다. 사치란 한 번 맛보면 이전까지의 삶과 세상, 그리고 거기에 전부를 헌신했던 제 자신이 초라해지고 마는 굴레다. 세상 어디에도 오염되지 않은 땅은 없고, 그 땅 위에 존재하는 많은 것들 또한 오염을 피할 수 없다. 지긋지긋한 굴레를 벗어나고 싶을 때 어떤 이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는 더욱 가열히 굴레에 종속되는 것이다.
꿈에 그리던 곳에 도착해도 ‘차 한 잔의 여유’는 영영 멀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동화는 꿈결 같은 행복을, ‘그 카페’의 안락을 두 손에 쥔다. 동화는 삶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비현실은 현실의 상징이자 은유이므로.

차한비 /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