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의 연대기
서울독립영화제2024 (제50회)
새로운선택 장편
김이소 | 2023 | Experimental | Color+W/B | DCP | 82min (E)
TIME TABLE
11.29(금) | 12:10-13:31 | CGV압구정(신관) ART1관 | E, GV, G |
12.1(일) | 20:00-21:21 | CGV압구정(신관) ART1관 | E, GV, G |
12.3(화) | 13:30-14:51 | CGV압구정(본관) 3관 | E, G |
SYNOPSIS
아파트 분양 사기를 당한 후 웅비는 아침잠이 많아졌다. 은빈이 속한 극단의 연습실은 건물주로부터 퇴거 명령을 받는다. 철거 예정일은 내일이다. 시간이 흐르지 않거나, 같은 일이 영원히 반복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 두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붙지 않으면서 서로를 향해 되돌아온다. 이 영화는 불완전한 목격자의 눈에 비친 세계고, 과거의 흔적 위에 겹쳐 쓴 일기장이다.
DIRECTING INTENTION
사적 기억과 공적 기억이 교차되며 만드는 틈, 그러면서 굴절되는 이야기를 반복과 변주라는 형식 속에서 구현하고자 한다. 이는 누군가의 날 선 예감을 들여다보고, 설명되지 않지만 삶 전체를 장악해 오는 감각들을 통해 반복되는 상실의 알레고리를 드러내는 시도이기도 하다. 투쟁의 실패라는 결과와는 상관없이 투쟁을 지속하기 위해 버티는 시간 또한 고유한 힘을 지니고 있다. 싸움은 계속 실패하고 상실은 반복되겠지만, 무언가를 아주 오랫동안 붙잡고 있으면 사뭇 다른 것들이 들리고 보인다.
FESTIVAL & AWARDS
2024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언급
DIRECTOR

김이소
2020 몸과 물질
STAFF
연출 김이소
제작 이하림
각본 김이소
촬영 이재진
편집 김이소
출연 손웅비, 전혜연, 우지안, 한초원
PROGRAM NOTE
시간은 종종 흐르지 않고 어딘가에 고여서 맴돈다. <나선의 연대기>는 사람이 머무는 공간, 장소가 된 기억, 그곳에서 영위하는 삶을 다각도로 포착해 나가는 영화다. 여기 두 개의 공간, 두 개의 기억, 두 가지의 이야기가 있다. 아파트 분양 사기를 당한 은비는 점점 아침잠이 많아진다. 한편 은빈은 극단 연습실이 건물주로부터 퇴거 명령을 받자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전반부 웅비의 삶을 중심으로 한 사적 기록과 후반부 평택 대추리의 미국 기지 확장 반대에 얽힌 공적 기록으로 나뉜 이 영화의 서사는 나선의 형태를 그린다. 두 이야기는 겹치지 않고 가까운 듯 멀게 서로를 간섭하며 나아간다.
<나선의 연대기>는 제목과 달리 연대기도 기록도 없다. 내러티브가 희미한 이 실험적인 영화는 극적인 요소를 최소화한 자리에서 형식에 의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사진적인 요소에 근간을 둔 영상 이미지는 물론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충돌을 일으키고 사유로 이끄는 방식이다. 반복과 변주의 구성을 통해 같은 장소, 다른 요소들을 겹쳐 비교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힘이 있다. 특히 움직임보다는 정지된 상태, (지금 거기) 없는 것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구성은 사물과 공간을 다르게 바라보는 샛길을 제공한다. 공간 위에 중첩되는 것들, 이를테면 기억과 영상들이 미묘한 차이를 발생시켜 마침내 거대한 떨림과 차이로 이어지는 야심만만한 결과물이다.
송경원 / 서울독립영화제2024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