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의 가출

서울독립영화제2017 (제43회)

선택단편

이혜빈,임수진 | 2017 | Fiction | Color | DCP | 18min 5sec (E)

SYNOPSIS

시골에 살고 있는 혁수네 가족. 혁수의 누나 봉선은 아버지와 다툰 후 집을 나가버렸다. 며칠 후, 엄마는 봉선이 현재 서울에 있다며 혁수에게 서울로 찾아가 보라고 말한다.

DIRECTING INTENTION

흔히들 가장 가깝지만 먼 존재라고 말하는 가족에 대하여. 가족이란 이름에 가려진 억압과 보이지 않는 폭력을 수면 위로 올리고자 하였다. 누나라는 이름을 지웠을 때 우리는 비로소 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FESTIVAL & AWARDS

2017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이혜빈

이혜빈

2015 쾌변

임수진

임수진

2017 말달리자

STAFF

연출 이혜빈, 임수진
제작 정혜연
각본 이혜빈
촬영 손진용
편집 김소희
조명 손진용
음악 김나래
미술 김소희
출연 강동엽, 이혜빈, 김유진, 권혁배, 한다경

PROGRAM NOTE

누나가 사라졌다. 아버지는 방에서 축구를 보고 있고, 엄마는 아직도 부엌에 있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혁수는 누나를 찾는다. 엄마 혼자 오징어채를 버무리게 두고 간 누나를 나무라듯 부른다. 곳곳이 비어있는 봉선의 방 앞에서 혁수는 누나가 멀리 떠났음을 깨닫는다. <누나의 가출>은 봉선의 부재에서 시작한다. 아버지는 큰 소리가 앞서고, 엄마는 한숨을 눌러 담는다. 그 사이에서 혁수는 눈만 껌뻑인다.
떠난 봉선은 집에서보다 더 잘 지내고 있다. 방 한 칸을 나눠 친구와 같이 살지만, 지긋지긋한 아버지의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 퇴근해서도 다음 날 동료 아저씨들의 식사 준비를 하는 엄마를 마주할 일도 없다. 학원에 다니며 하고 싶은 일을 준비하며 살고 있다. 엄마의 부탁으로 누나를 찾아온 혁수는 같이 돌아가자고 애원한다. 봉선에게는 이미 돌아갈 집이 없다. 혁수는 혼자 있는 엄마는 어떻게 하냐며 누나가 도와줄 수 있지 않냐고, 이번에는 자신도 돕겠다며 누나를 설득한다. 그 말을 들은 누나의 얼굴이 싸늘해진다. 봉선은 혁수, 네가 참 싫다는 말을 되돌려준다.
집안일에 대한 무게 추는 여전히 여성에게 기울어져 있다. 혁수의 입에서 나오는 ‘도와준다’라는 말은 누나와 자신에게 각각 다르게 적용된다. 누나에게는 ‘도와준다’는 엄마의 일을 동등하게 나눠 갖는다는 의미이고, 혁수에게 도와준다는 의미는 나눠 가진 일의 부스러기를 열심히 줍겠다는 다짐이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엄마가 홀로 부엌일을 할 때, 혁수는 누나를 찾을 뿐 자신이 엄마와 같이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 행동한다. 집안일에 도와야 할 일은 없다. 해야 할 일만 있을 뿐이다. 혁수의 천진함은 조금도 귀엽지 않다. 어긋난 균형이 지속되는 한 누나의 가출은 기약 없다.

김민범 / 서울독립영화제2017 관객심사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