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새로운선택 단편
김태양 | 2020 | Fiction | Color | DCP | 19min 56sec
SYNOPSIS
버스에서 잘못 내린 남자는 익숙한 길을 찾으려 거리를 걷는다. 그날 저녁, 우연히 같은 길을 다시 걷게 되는데, 무언가 달라졌다.
DIRECTING INTENTION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해도 무언가 조금씩 달라져 있다.
FESTIVAL & AWARDS
2020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김태양
STAFF
연출 김태양
제작 노하정, 이종우
각본 김태양
촬영 김진형
편집 이호승
음악 김태산, 조양훈
미술 김남숙
출연 하성국, 이명하, 정수지
PROGRAM NOTE
남자가 을지로 전철역을 나와 전화 통화를 하며 두리번거린다. “여기가 어디냐면…… 어딘지 모르겠어요. 처음 보는 거리 같아요.” 얼마간 헤매다 눈에 익은 길을 찾을 무렵 남자를 본 어느 여자가 말을 건다. 아는 사이다. 오랜만에 만난 눈치다. 반갑게 인사하면서도 서먹한 분위기가 있는 걸 보니 둘 사이에 사연이 있었나 보다. 종로의 서울극장에 일이 있다는 여자를 따라 천천히 이동하는 길에 남자는 그간의 안부를 물으며 회포를 푼다. 여자와 헤어진 남자는 오던 길을 돌아 약속 장소로 향한다. 약속한 이는 여자 친구다. 둘은 손을 잡고 광화문 방향으로 청계천을 거닐다 버스에 오른다.
남자가 전 여자 친구, 현 여자 친구와 차례로 걷는 청계천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그 주위로 시간이 흐른다. 막 신축 중인 공사 현장을 헤맬 때면 혼란한 ‘현재’의 시간이, 전 여자 친구를 만나 청계천 공구 상가를 지나칠 때면 향수에 젖은 ‘과거’의 시간이 스쳐 지나간다. 전 여자 친구를 떠나보낸 남자는 시원섭섭하게 과거를 털어 낸 듯한 기분이다. 청춘의 한 시기를 반환점으로 돈 남자는 이제 여자 친구를 만나 ‘미래’로 향한다. 함께 탄 버스의 창밖으로 비치는 첨단의 빌딩 외관이 미래 도시를 방불케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변화하는 역사의 시간과 발전 속도는 토끼처럼 빠르게 지나가도 ‘달팽이’처럼 천천히 거닐다 보면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시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신없이 흐르는 망각의 풍경을 음미하며 눈에 담는 이들에게 시간은 기록과 같다.
허남웅 / 서울독립영화제202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