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관람차
서울독립영화제2012 (제38회)
본선경쟁(단편)
이정우 | 2012 | Fiction | Color | HD | 35min
SYNOPSIS
서울을 떠나 자신의 고향 울산으로 내려가자는 민현의 요구에 세례는 못마땅해 한다. 결국 울산에 있다는 관람차에 마음이 움직여 둘은 울산으로 주말을 보내러 간다. 하지만 울산에 있는 관람차는 운행 중지 상태이고 민현이 보여 주려 했던 고향의 모습도 많이 바뀌어 있다.
DIRECTING INTENTION
서울에서 울산으로, 울산에서 경주로 인물들이 여행하는 과정을 통해 현재 한국의 도시들이 보여 주는 징후를 담아 보고자 하였다.
FESTIVAL & AWARDS
2012 제12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DIRECTOR

이정우
2008 <대결>
STAFF
연출 이정우
제작 고동선
각본 이정우
촬영 윤원영
편집 고동선
조명 윤원영
출연 장민현, 나수윤
PROGRAM NOTE
서울 생활이 답답해진 남자는 고향 울산에 내려가 살고 싶다. 그러나 막상 도착한 울산은 온통 재개발 중이고 기억 속 과거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다. 남자는 포기하지 않고 과거를 찾아 어릴 적 수학 여행지였던 경주로 향한다. 울산이 현실의 공간이라면 경주는 환상의 공간이고, 남자는 그곳에서 그리던 과거와 만난다.
남자가 원하는 건 기억 속 과거지만 그런 게 현실에 존재할 리 없다. 울산이 재개발되지 않았다 해도 남자는 틀림없이 실망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걸 인정할 수 없는 남자는 재개발을 변명 삼는다. 원래는 있어야 하는데 재개발로 인해 파괴됐다는 것이다. 남자는 서울로 돌아가는 대신 땅속에 묻힌 과거를 찾아 나선다.
그런데 동행한 여자 친구가 이상하다. 여자는 줄기차게 남자의 비현실성을 비난하면서도, 매번 너무 쉽게 남자가 가자는 데로 끌려가 버린다. 가만 보니 여자는 자기 욕망이 없다. 아무래도 여자는 독립된 인물이 아니라 남자 내면의 소리인 것 같다. 그렇다면 여자의 비난은 현실적 균형을 잡아 보려는 남자 나름의 분투인가? 제스처에 불과하다. 균형을 잡으려면 다른 성질의 힘이 작용해야 하는데 남자의 한 부분인 여자에게 그런 힘이 있을 리 없다. 여자는 결국 남자의 욕망에 이용될 운명이다.
여자는 유행 지난 관람차를 타고 싶어 하고 그게 이 여행의 유일한 목적이라는데, 여자에겐 통 안 어울리는 그 소망은 사실 남자의 것이다. 남자는 처음부터 유년의 관람차를 향해 여행을 떠난 것이고, 아득히 퇴행하기 위해 여자를 변명 삼는다. 자기 욕망에 떳떳하지가 못한 남자는 돌고 돌아서야 관람차 앞에 이른다.
김지현/서울독립영화제201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