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떨치고

서울독립영화제2012 (제38회)

해외초청: 응답하라 99%

무라드 벤 셰이크 | Tunisia | 2011 | Documentary | Color | Digi-Beta | 74min

SYNOPSIS

저항의 물결을 자신의 블로그에 포스팅해 알림으로써 벤 알리 정권에 용감하게 맞선 블로거 리나, 맹렬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그 대가 또한 치러야 했던 법조인 라디아, 언론인 카림 등 세 개인의 경험을 주축으로 튀니지 혁명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24년간 지속된 독재 정권 아래 튀니지 국민들이 느껴왔던 두려움과, 그들의 삶을 짓눌렀던 ‘두려움을 떨치고’ 거리로 나아간 사람들이 반독재를 외치는 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2011년 ‘아랍의 봄’에 불을 댕긴 튀니지 혁명을 다룬 최초의 장편 다큐멘터리.

FESTIVAL & AWARDS

2011 제65회 칸국제영화제
2011 제8회 두바이국제영화제
2011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무라드 벤 셰이크

무라드 벤 셰이크

2003 < The Shepherd of the Stars >

2004~2005 < Mediterranean Tales >
2007 < Mare Nostrum >
2008 < A Season Between Heaven and Hell >
STAFF

감독 Mourad BEN CHEIKH
제작 Habib ATTIA
촬영 Hatem NECHI, Mehdi BOUHLAL, Lassaad HAJJI
편집 Pascale CHAVANCE, Imen ABDELBERI
음악 Kais SELLAMI
녹음 Mohsen FERIJI, Walid OUERGHI, Chokri MARZOUKI
출연 Radhia NASRAOUI, Lina BEN MHENNI, Karem CHERIF, Hamma HAMMAMI, Chaima ISSA CHERIF, Sadok MHENNI

PROGRAM NOTE

<두려움을 떨치고>는 ‘아랍의 봄’의 시발점이 된 튀니지 혁명을 되돌아보는 장편 다큐멘터리다. “이 혁명에 제일 잘 맞는 슬로건은 ‘행상 한 사람이 독재를 무너뜨리다’예요.” 영화 속에서 한 인물이 말하듯, 튀니지 혁명이 한 청년 노점상의 분신에서 촉발됐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일자리가 없어 시디 부지드의 거리에서 청과물 노점상을 하던 모하메드 부아지지는, 경찰의 단속에 생계 수단을 빼앗기자 분신을 기도했다. 2010년 12월 17일의 일이었다. 이 사건은 페이스북과 인터넷을 통해 널리 회자됐고, 시디 부지드 지역을 필두로 튀니지 전역에서는 벤 알리 정권의 독재와 부패에 항거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두려움을 떨치고>는 벤 알리 정권의 막을 내리게 한 1월 14일의 대규모 시위 전후로 촬영된 영상과 TV 뉴스, 아마추어들의 카메라에 담긴 영상 및 다양한 증언을 결합해 튀니지 혁명을 재구성해 보여 준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카림, 인권변호사로 활동해 온 라디아, 혁명 내내 벌어지는 사건들과 저항의 움직임을 인터넷에 올려 세상에 알렸던 리나. 증언의 주축을 이루는 세 사람과 주변인들, 시위대의 목소리에 이르기까지, 다수가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것은 오랜 세월 그들의 삶을 억압했던 ‘두려움’이다. 한때는 출근할 때마다 차의 브레이크가 조작됐을까 걱정하며 점검했다는 라디아의 말처럼, 불시 검문은 기본이고 친구조차 믿지 못하게 하는 여론 및 언론 통제, 가택과 사무실 불시 수색, 수시로 자행되는 경찰 폭력과 협박, 고문, 테러 등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탄압하는 정권 하에 자유나 정의라곤 없었다는 것이다. 카림의 말을 빌리면 “시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정권에 반기를 들 수 있었던 데는, 소셜 네트워크 미디어를 통해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는 젊은 세대의 힘이 컸다. 페이스북을 통해 진실을 알리고 분노의 목소리를 모아 거리로 나선 젊은이들 중 하나였던 리나는, 3주 전만 해도 경찰로 뒤덮였던 시디 부지드의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노랫소리에 감격을 금치 못한다. 거칠고 투박하지만, <두려움을 떨치고>는 제목 그대로 오랜 ‘두려움을 떨치고’ 24년간 지속된 독재 정권 타도를 위해 싸웠던 튀니지 민주화의 생생한 역사적 기록으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황혜림/서울독립영화제2012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