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반 발전기
서울독립영화제2012 (제38회)
특별초청2
이원우 | 2012 | Documentary | Color/B&W | HD | 37min
SYNOPSIS
책과 기타와 카메라가 자연스러웠던 홍대 앞 철거 농성장 두리반에서 나는 ‘이 감독’으로 불렸지만, 막상 전기가 끊어지자 카메라를 들 수 없었다. 너무 느슨해서 모든 것이 빠져나간 것 같은 2년의 기록. 그물과 같은 필름에서 공간의 냄새와 시간의 온도를 떠올린다.
DIRECTING INTENTION
내가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먹었던 시간, 집 근처 식당 두리반은 강제 철거를 당했다. 빈자리에도 남아 있는 무엇, 버틸 수 없는 상황을 버티게 하는 무엇은 무엇일까?
FESTIVAL & AWARDS
Premiere
DIRECTOR

이원우
2007 <꿈나라-묘지이야기1>
STAFF
연출 이원우
제작 이원우
각본 이원우
촬영 이원우
편집 이원우
PROGRAM NOTE
2009년 크리스마스이브, 감독이 집에서 친구들과 케이크를 자르고 있을 때 두리반에는 용역이 쳐들어왔다. 두리반은 용역에게 침탈당하고 이후 여름에 전기마저 끊긴 그곳에서 531일간의 투쟁에 돌입한다. 감독은 두리반을 찾아가 촬영한 영상을 엮어 영화를 만들었다. 8mm와 16mm, 흑백과 컬러, 디지털 화면까지 다양한 이미지가 섞인 영화는 두리반의 투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지만, 한편으로 사적인 감정이 강하게 들어가 있는 다이어리 무비에 가까워 보인다. 영화는 두리반에서 일어난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기록하고 있기는 하나, 정보의 전달보다는 감독의 주관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이미지를 우선으로 선택해 나열하고 있다. 필름으로 촬영한 화면은 속도도 빠르고 때로는 잘 보이지 않을 때도 있으며, 영상과 소리도 일치하지 않고, 영상과 소리 모두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촬영 당시 두리반에 존재한 어떤 분위기를 먼저 설명한다.영화는 폭설, 한파, 꽃샘추위, 무더위 등 소제목 같은 자막을 간간이 등장시키며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데, 이는 531일간의 지난한 시간의 흐름을 간단히 설명함과 동시에 그 안에서 추위와 더위를 견디고 있을 사람들에 대한 감독의 걱정과 위로를 드러낸다. 두리반에는 ‘사막의 우물’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지만 혹한과 무더위를 전기 없이 견디며 용역과 싸워야 하는 그곳은 사막보다 더 혹독한 환경이었을 것이다. 두리반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연대와 위로가 없었다면 투쟁은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영화에는 음악 공연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두리반에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음악을 통해 위로받는 모습의, 힘들더라도 필사적으로 희망을 이어 가는 모습의 기록이다.투쟁에 승리한 두리반은 장소를 옮기고 개업하며 많은 손님들이 그곳을 찾아온다. 처음의 케이크를 자르는 짧은 장면과 마지막 장면의 대비는 단순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관객의 감정은 단순하지 않다. 불을 끄고 식당에 조용히 사람들이 둘러앉는 그 당연한 평안이 주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도움과 위로가 필요했는지 영화는 기록하고 있다.
김이환/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