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서울독립영화제2016 (제42회)

본선경쟁 단편

김경래 | 2016 | Fiction | Color | MOV | 10min 21sec

SYNOPSIS

남자는 원인불명의 등 가려움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모두가 잠든 새벽. 그는 고통에서 해방시켜줄 무언가를 찾기 위해 거리를 배회한다.

DIRECTING INTENTION

결핍은 타인으로부터 채워지지 않는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김경래

김경래

2011 <김치>

2012 <위로>
2013 <반디>
STAFF

연출 김경래
제작 김경래
각본 김경래
촬영 김성환
조명 김성환
편집 김경래
동시녹음 김경래
사운드믹싱 김은비
음악 윤석철
포스터 고봉진
출연 정승민, 오진욱, 김이제, 이진우

PROGRAM NOTE

등이 가렵다. 누군가 옆에서 긁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을 텐데 <등에>의 주인공은 혼자 사는 것 같다. 그는 자다가 등을 긁는다. 뇌만 깨어 활동하는 수면의 세계도 등 가려움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 결국 피딱지의 흔적이 남을 지경까지 긁어대는 주인공. 하지만 느닷없이 침입해온 가려움은 떠나지 않고 그를 괴롭힌다. 남자는 편의점 앞 담배 피는 고딩들에게 천원이라도 건네며 긁음을 부탁한다. 하지만 어느 누가 타인의 맨살을 내 가족처럼 다정하게 긁어주겠는가. 결국 주인공은 가로수에게 등을 맡긴다. 그러나 백 년 동안 노역에 종사해온 일꾼의 터진 손등 같은 나무껍질은 그를 해방시켜줄 수 없다. 아. 가렵다. 주인공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지독한 가려움을 없애줄 누군가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관념일 뿐이다.
<등에>는 알 듯 말 듯 한 스토리라인과 은은한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중반 이후 예상하지 못한 무엇인가가 불쑥 등장할 때 특히 그렇다. 가볍게 툭 던지는 감독의 위트 같기도 하고, 일종의 마술적 판타지 같기도 한 그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우리들은 모두 서로를 필요로 한다. 다른 이의 도움 없이 살지 못한다. 아마 주인공에게 필요한건 등을 긁어주는 누군가의 행위만은 아닐 것이다. 부디 그의 등에 달라붙어있는 결핍이 언젠가는 채워지길 바란다.

신아가 / 서울독립영화제2016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