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06 (제32회)

장편경쟁

양경모 | 2006 | Fiction | DV | B&W, Color | 85min

SYNOPSIS

영구 무리는 할 일 없는 뒷골목 양아치들이다. 오랜만에 창고에서 대마초를 피기 위해 모인 그들에게 하나의 살인사건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기 시작하고.......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가는 상황 속에서 그들의 애욕, 질투, 복수는 물고 물리기 시작한다.

DIRECTING INTENTION

나의 과거, 나의 성장, 우리 세대 양아치들에 대한 나의 연민........

FESTIVAL & AWARDS

Premiere

DIRECTOR
양경모

양경모

 

STAFF

연출 양경모
제작 최홍석
각본 양경모
촬영 전홍규
편집 양경모
조명 전홍규
미술 유영봉
음향 홍성준
출연 김신기, 송영학, 유동숙, 손석배, 이종언, 이동규, 강신우, 김효주
음악 양홍모
CG D-ation

PROGRAM NOTE

영화가 시작하면 ‘지하창작집단 량(魎)’이라는 괴상한 제작사 명칭이 떠오른다. 지하창작집단 ‘파적’은 들어봤지만
‘량’은 금시초문이다. 이들은 도대체 어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일까?
궁금증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관객을 향해 주문을 걸듯 또 하나의 자막이 떠오른다. “항상
취하라. 그러나 무엇에? / 무엇이든 그대가 원하는 것에.” 이렇듯 
관객을 향한 심상찮은 말걸기로 시작되는 오프닝에서 미루어 짐작컨대 적어도 이 영화가 무엇을 보여주든 그것은 절대 절제되거나
금욕적인 도덕담은 아닐 것이다. 이 영화는 스스로 취하면서 극단적으로 나가는 영화가 될 것이다. 과연 이 영화는 취한다. 영화 제목 ‘떨’(대마의 속어란다)이 상징하듯이 약에 취하고 사람에 취한다. 인물들의 눈동자 뿐 아니라 그들을 바라보거나 따라가는 카메라조차 술에 취한 듯, 약에 취한 듯 비틀비틀 흔들린다. 아마도 영화와 영화 속 인물들에
푹 빠져있는 감독의 취한 시선이 그렇게 표현된 것일 게다.

‘떨’을 피기위해 아지트에 모여든 동네 양아치 일당 앞에 예기치 않은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그들은 자신들의
통제를 벗어난 아수라장 속으로 빠져든다. 그 속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과 비열함과 잔혹함과
부조리함. 그러나 블랙유머의 틀을 통해 희석된 이 다양한 감정들은 지나치게 무겁지 않게 보여 진다. 영화의 2/3선을 지날 때까지도 새롭게 소개되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사건이 점입가경으로 꼬여갈 때 관객은 이렇게 벌려놓은 사건을 도대체 감독이 어떻게 수습할지 궁금해지지만 관객의 기우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결국 사건은
수습된다. 인물과 사건을 최대한 벌려놓은 상태에서 그 모든 인물과 갈등을 한 공간에 불러모아 마지막
순간에 폭발시키는 타란티노의 영화처럼 이 영화도 유사한 구조를 취하지만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우월감을 느끼는 타란티노의 차가운 미소와 달리 이
영화는 양아치들에 대한 짙은 애정과 연민을 간직한 영화다.

맹수진 / 서울독립영화제2006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