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툼
서울독립영화제2013 (제39회)
본선경쟁(장편)
구자환 | 2013 | Documentary | Color | DCP | 97min 35sec | 우수작품상
SYNOPSIS
해방 이후부터 53년 휴전을 전후한 기간 동안에 100만 명 이상의 민간인이 희생되었다. 그 속에는 지방 좌익과 우익의 보복 학살도 자행되었지만, 많은 피해자들은 남한의 군경, 우익단체, 미군의 폭격에 의해 학살을 당했다. 이 가운데 한국전쟁 초기 예비검속 차원에서 구금당하고 학살을 당한 국민보도연맹원이 있다. 전국적으로 23만~45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는 이들은 대다수가 농민이었고, 정치 이념과 관계없는 사람이었다. 이들은 국가가 만든 계몽단체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전쟁과는 직접적인 상관없이 국가의 이념적 잣대로 인해 재판조차 받지 못하고 무고하게 희생된 이들이다.
DIRECTING INTENTION
국민보도연맹원에 대한 학살은 오래전 과거 정권에 의해 잊힌 역사가 되었다. 참담했던 과거의 기록은 공립 교육 과정에서조차 찾을 수 없다. 자신의 죽음조차 알지 못한 채 제 발길로 죽음의 길로 걸어갔던 국민보도연맹 희생자들의 이야기는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구전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당대의 학살 현장에서 살아남은 이들과 목격자들은 이제 기억이 흐려지고 세상을 떠나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기획은 이런 위기감에서 시작됐다. 4년 전 제작을 시도했다가 제작비를 해결하지 못해 포기해야 했지만, 이제 더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실감한다. 지금 하지 않으면 영원히 이들에 대한 정확한 기록을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영화는 국민보도연맹 학살 사건을 규명하면서 이념적 논쟁을 벗어나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했던 시대의 비극을 사실 그대로 기록하고자 한다. 또,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 1950년대 미소 냉전시대의 매카시즘으로 빚어진 시대의 참상도 동시에 기록한다. 이를 통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과 근현대사를 공유하고, 전쟁과 이념이 아닌 인권이라는 천부적 권리와 민주주의라는 의제로 관객에게 다가서려 한다.
FESTIVAL & AWARDS
Premiere
DIRECTOR

구자환
2003 <선구자는 없다>
STAFF
연출 구자환
제작 구자환
각본 구자환
촬영 구자환
편집 구자환
음악 김진희, 최진우
조연출 조현기
출연 성증수, 박상연 외 다수
PROGRAM NOTE
<레드 툼>은 이른바 ‘보도연맹 사건’으로 알려진 한국 현대사의 논쟁적 이슈를 탐사한 다큐멘터리이다. 보도연맹 사건은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던 해 7월 대한민국 정부에 의해 경남 지역에서 자행된 약 20만 명에 달하는 민간인 학살 사건이다. 표제로 사용된 ‘레드 툼’은 그 말의 뜻 그대로 ‘빨갱이 무덤’이라는 의미로, 수장되거나 산에 버려지거나 묻힌 보도연맹 희생자들의 무덤을 의미한다. 영화의 대부분은 팔순을 훌쩍 넘긴 보도연맹 희생자들의 유가족과 목격자들의 진술, 2007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이루어진 유해 발굴 장면들, 학살 현장에 대한 방문, 그리고 마산, 창원 등 각 지역들에서 열린 위령제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연루되었던 관련자들의 증언으로 이루어진 클로드 란츠만의 다큐멘터리 <쇼아>를 연상시키는 이 영화의 구성은 비교적 평범하달 수 있다. 그러나 학살의 규모와 함의에서 현대사의 모순을 신랄하게 증언하는 보도연맹 사건이 한국전쟁을 전후로 한 좌우 이념 대립 시대부터 최근까지 줄기차게 소환되는 ‘빨갱이’ 혹은 ‘종북’ 이데올로기의 원류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영화의 말미, 보도연맹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고 연좌제로 숨 한 번 못 쉬고 살았다는 한 노파는 “그런 세상이 다시 올까 무섭다.”며 고개를 젓는다. <레드 툼>은 이 노인을 사로잡은 망집,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파시즘에 대한 공포를 생생히 상기시킨다.
장병원/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