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타리

서울독립영화제2017 (제43회)

선택장편

우윤식 | 2017 | Fiction | Color | DCP | 90min 30sec

SYNOPSIS

10년 전, 자신의 어미를 지키기 위해 저지른 전과 때문에 살인자로 낙인찍혀 버린 일영이 마을에 나타나자 사람들은 그를 내쫓으려 한다. 하지만, 화연만큼은 일영을 감싸며 그를 보호한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살기 가득한 일영도 화연의 눈엔 그저 어린 양일뿐이다. 그런데 며칠 후, 화연은 일영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간 그 놈(필형)이 자신의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그 놈(필형)과 동일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이 뿌리 뽑지 못한 과거 때문에 일영의 삶이 무너졌다고 자책한 화연. 결국, 일영을 대신해 복수를 감행하려고 마음먹는다. 그러나 일영은 이미 그놈의 뒤를 쫓고 있다.

DIRECTING INTENTION

부산의 ‘그림자 섬’ 영도(影島), 그 말마따나 영도는 그림자가 짙은 섬이다. 하지만 영도라는 지명은 본래 절영도(絶影島), 즉 ‘그림자를 끊는 섬’이었다. 불과 해방 직후 바뀐 지명인데, 애석하게도 근 몇십 년간 영도는 그 풀이를 따라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영도가 옛말 절영도로, 그림자 섬에서 다시 그림자를 끊는 섬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면서 본 영화 ‘로타리’를 기획했다.
극 중, 일영은 마치 영도처럼, 화연은 절영도를 대변하며 이야기를 끌고 간다. 모든 것을 잃고 자신과 자신 어미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간 그 놈에게 칼을 댈 날만을 기다리는 일영과, 자신이 뿌리 뽑지 못한 과거 때문에 일영의 삶이 무너졌다는 죄책감으로 일영을 대신해 복수를 감행하는 화연. 이 둘은 마치 영도와 절영도와 같다.

FESTIVAL & AWARDS

2017 제19회 부산독립영화제

DIRECTOR
우윤식

우윤식

STAFF

연출 우윤식
제작 이응주, 우경제, 우원식
각본 우윤식
촬영 이재준
편집 박은경
조명 김성우
음악 장준구
미술 한주예슬
출연 허경미, 진일영

PROGRAM NOTE

부산 영도를 배경으로 한 복수와 화해의 드라마. 10년 전 살인을 저지른 전과자 일영이 마을로 돌아온다. 이웃 대부분은 그를 경계하지만, 아들을 잃고 홀로 살아가는 화연만은 측은지심으로 그를 품는다. 아픈 사연을 가진 화연은 해녀였으나, 생업 또한 심장병으로 여의치 않다. 말없이 마을을 청소하며 배회하는 일영은 응어리진 삶으로 인해 세상을 불신한다. 조금씩 마음의 벽을 내리며 서로의 고통을 이해해 나갈 즈음, 영화는 그들이 결국 같은 복수의 대상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일러주며, 극적인 상황으로 나아간다. 복수만이 살아있는 유일한 이유라 절규하는 일영을 보며, 화연은 자신이 마침표를 찍었어야 한다며 자책한다. 과연 어떻게 복수할 것인가? 새로운 출발은 가능할 것인가? <로타리>는 전반적으로 우울한 정서를 안고 출발하여 느리고 신중하게 전개된다. 향토색이 물씬 묻어나는 미장센은 항만산업으로 널리 알려진 지역 영도를 다른 각도에서 조명한다. 손 잡힐듯한 파도와 멀리 영도대교, 바다를 바라보는 등대 사이로 운명이라는 화두가 질기게 파도친다. 롱숏이 인상적인 절제된 카메라, 거리를 배회하는 인물의 동선,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간결한 대사 등 전반적으로 투박한 연출임에도 불구하고, 신예 감독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동현 / 서울독립영화제2017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