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서울독립영화제2016 (제42회)
본선경쟁 장편
임대형 | 2016 | Fiction | B&W | DCP | 101min | 열혈스태프상-음악감독 하헌진
SYNOPSIS
영화배우가 되고 싶었던 시골의 이발사 '모금산(48)'. 그는 보건소를 찾았다가 큰 병원에 가보라는 진단을 받은 뒤, 단조로운 일상에 회의를 느낀다. 돌아오는 크리스마스, 그는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위한 계획을 세운다. 그 계획은 사람들을 지역문화센터에 불러 모아 자신의 비극적인 삶을 바탕으로 한 코미디 영화를 상영하는 것.
DIRECTING INTENTION
현재의 우리가 지나온 과거의 어떤 시간과 공간을 회복시켜 보고 싶었다. 이제는 낡았다거나 감상적이라는 오명 아래 외면 받는 몇 가지 중요한 인간적 감정과 의식들을 복귀시켜보고 싶었다. 그것들을 일컬어 '낭만'이라 호명해도 좋다. 산업화시기에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세대. 영화의 주인공인 '모금산'은 그 모순의 세대를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닥쳐온 죽음의 위기 앞에서 갑작스럽게 생의 감각을 되찾는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생의 감각은 어쩐지 현대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어딘가 촌스럽고, 부자연스러우며,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물론 '쿨'한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를 지켜보면서 단지 냉소를 할 수도, 어쩌면 약간의 감동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FESTIVAL & AWARDS
2016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 넷팩상
DIRECTOR

임대형
2012 <레몬타임>
2014 <만일의 세계>
STAFF
연출 임대형
각본 임대형
제작 박두희
출연 기주봉, 오정환, 고원희
촬영 문명환
편집 박세영
조명 김희태
음악 하헌진
미술 신우정
녹음 김선우
PROGRAM NOTE
아버지(기주봉)는 이발사다. 영화의 주인공으로 이발소와 이발사는 얼마나 많이 등장해 왔던가. 그곳은 소시민들이 쉬어가는 안식처로 많이 등장해왔고 이발사는 그들의 친구이거나 이웃인 경우가 많았다.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의 경우도 다르진 않다. 그도 소시민이다. 그런데 지금 많이 아프다. 물론 그가 얼마나 아픈지 겉으로 드러나진 않는다. 하지만 그는 위독하다. 영화 초반의 그를 보고 있으면 어딘지 힘겹고 애처롭다. 그런 그에게 아들이 하나 있다. 그 아들은 영화감독이다. 그러니까 영화의 주인공으로 영화감독이란 얼마나 많이 등장해 왔던가. 게다가 그는 유능한 영화감독 같지도 않다. 어쩌면 그도 소시민이다.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이 두 소시민의 이야기다.
영화는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있다. 영화가 시작하고 난 뒤 한참이 지나도 우린 이 영화가 어디로 흘러갈지 쉽게 단언하기 어렵다. 이발사인 이 남자에게 위중한 병이 생긴 것 까진 알겠다. 그런데 그가 무엇을 욕망하는지 그걸 아는 것이 애매하다. 아들과의 관계도 서서히 드러난다. 영화는 서두르는 감이 전혀 없다. 그렇다고 죄여 온다는 뜻도 아니다. 아버지 쪽에서 시작한 영화는 문득 아들 쪽에서 다시 시작한 뒤에 두 사람의 합작품으로 서서히 상승해간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어떤 비밀의 사연이 있는지, 죽음을 앞둔 아버지가 무엇을 성취하고 싶은 것인지 그 성취를 위해 아들은 어떻게 기여하는지 영화는 보여준다. 영화의 종반에 이르면 아버지와 아들은 그들만의 무엇을 내어 놓는데, 그것이 감동적이다. 게다가 이 죽음을 앞둔 이발사와 못난 영화감독 아들의 이야기는 심지어 종결부에 이르러 우리의 웃음까지 끌어내고야 만다.
정한석 / 서울독립영화제2016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