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
서울독립영화제2012 (제38회)
특별초청2
안재훈,한혜진 | 2012 | Animation | Color | HD | 25min
SYNOPSIS
왼손잡이요 곰보인 허생원은 평생이 장돌뱅이다. 허생원은 젊었을 때 메밀꽃이 하얗게 핀 달밤에 개울가 물레방앗간에서 마을 처녀와 밤을 새운 이야기를 한다. 봉평장이 서던 날 같은 장돌뱅이인 조선달을 따라 충주집으로 간다. 그곳에서 동이를 만난다. 어린 것이 충주댁과 농탕치는 것에 화가 나서 뺨을 때려 쫓아버린다. 그런 허생원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그날 밤 그들 셋은 달빛을 받으며 메밀꽃이 하얗게 핀 산길을 걷게 된다. 허생원은 입버릇처럼 달빛 아래 물레방앗간에서 있었던 한 여인과의 꿈같은 인연을 이야기하고 동이도 그의 어머니 얘기를 한다. 자기는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의붓아버지 밑에서 고생하다가 집을 뛰쳐나왔다는 것이다. 늙은 허생원은 냇물을 건너다 발을 헛디뎌 빠지는 바람에 동이에게 업히게 되는데, 허생원은 동이 모친의 친정이 봉평이라는 사실과 동이가 자기와 똑같이 왼손잡이인 것을 알고는 착잡한 감회에 사로잡힌다. 그들은 동이 어머니가 현재 살고 있다는 제천으로 동행하기로 작정하고 메밀밭 사이로 발길을 옮긴다.
DIRECTING INTENTION
메밀꽃이 흐드러진 모습을 그리고 싶지 않은 화가가 어디에 있을까 ? 그 길 따라 나귀와 함께 지나온 장돌뱅이의 삶의 애틋함을 내 손으로 그려 보고 싶었고 이토록 아무 이야기도 아닌 것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애환의 근원을 만나고 싶다. 자랑할 것 하나 없다는 개인사를 시 같다 표현하면 지나친 미화 같지만 달 밝은 밤 봉평의 메밀밭에서 풀어내는 이야기는 개인사의 ‘시’다. 민초들의 올 굵은 언어와 한낱 꿈같은 사랑에 대한 애잔함을 화면 안에 그려 넣고 싶고 한글이라는 언어 안에 담겨 있는 풍경을 제대로 보여 주고 싶다.
FESTIVAL & AWARDS
2012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2012 제14회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
DIRECTOR

안재훈
1998 히치콕의 어떤 하루
1999 리플레이
2000 순수한 기쁨
2001 아장 닷컴
2002 모험왕 장보고
2003 Wishing Star
2003 Mucha Lucha (Season2)
2004 관&운
2006 미안하다 사랑한다
2009 겨울연가
2010 소중한 날의 꿈

한혜진
1998 히치콕의 어떤 하루
1999 리플레이
2000 순수한 기쁨
2001 아장 닷컴
2002 모험왕 장보고
2003 Wishing Star
2003 Mucha Lucha (Season2)
2004 관&운
2006 미안하다 사랑한다
2009 겨울연가
2010 소중한 날의 꿈
STAFF
연출 안재훈, 한혜진
제작 한혜진
각본 안재훈, 진형민
촬영 임범상
편집 함종민
음악 강상구
미술 김균석, 진소룡
출연 엄상현, 기영도, 서주애
PROGRAM NOTE
왼손잡이에 곰보인 장돌뱅이 허생원은 언제나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필 무렵이면 봉평장을 찾는다. 혈기왕성했던 그 옛날 꿈같았던 하룻밤 인연을 여전히 잊지 못하는 건, 휘영청 밝은 달빛에 하얗게 빛나는 메밀꽃이 해마다 그를 맞으며 마법 같았던 그 밤을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리라. 이번에도 어김없이 메밀꽃 필 무렵의 봉평을 찾은 허생원은 하얀 메밀꽃처럼 예뻤던 그녀를 닮은 신참 장돌뱅이 동이와 동행하며 왠지 모를 기대에 가슴이 설렌다.<소중한 날의 꿈>의 안재훈, 한혜진 감독의 신작 <메밀꽃 필 무렵>은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이효석의 단편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작품이다. 원작의 유명세만큼 많은 이들에게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두 감독은 전작에서도 익히 봐 왔던 탄탄하고 완성도 높은 작화와 섬세한 연출을 통해 익숙한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이라는 시청각적인 매체로 새롭게 그려 낸다. 밝은 달빛 아래 밤사이 쌓인 눈처럼 하얗게 빛나는 메밀꽃, ‘쏴, 쏴’ 파도 소리처럼 불어오는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하얀 메밀꽃 사이를 허생원과 동이 일행이 나귀를 타고 걷는다. 이 장면은 원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지만, 한 폭의 풍경화처럼 아름다운 이미지와 소리로 보고 듣는 메밀꽃밭의 풍경은 관객 역시 그들의 동행이 되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것 같은 심상에 젖게 한다. 작품의 시작을 여는 시골 장의 정겨운 풍경과 장돌뱅이, 각다귀, 주막집 주모처럼 장터의 주인이었던 이들에 대한 생생한 묘사 역시 놓칠 수 없다. 아름다운 문학작품을 그저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한 것이 아닌, 한때는 일상의 모습이었지만 너무도 빠르게 사라져 버린 아련한 시절의 풍경들과 평범했지만 인간답고 그윽한 정으로 넘쳤던 우리 삶의 모습을 따스한 시선과 세밀한 작업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모은영/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