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

서울독립영화제2007 (제33회)

본선경쟁작(단편)

이미랑 | 2007|Fiction|35mm|Color|19min 50sec

SYNOPSIS

욕실에서 찬물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짜증내는 동생, 서늘한 집안 분위기에 눈치만 보다 원하는 대로 치킨을 주문하지 않았다고 투덜대는 언니, 이들 모두에게 시큰둥한 엄마. 평범해 보이는 세 모녀에게서 은밀한 갈등이 느껴진다.
다음날 새벽, 자매는 먼 동네로 목욕을 나서지만 머쓱하고 어색하기만 하다.

DIRECTING INTENTION

가족 안에서만 가능한 투박한 배려, 그 서투른 따뜻함이 그립다.

FESTIVAL & AWARDS

2007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이미랑

이미랑

2004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STAFF

연출 이미랑
제작 한달호
각본 이미랑
촬영 김무유
편집 이미랑, 양동엽
조명 김바다
미술 이해정
음향 표용수
출연 이명옥, 박은영, 정인평

PROGRAM NOTE

여기 세 모녀가 있다. 엄마는 막내딸에게 매사 투박하고 거칠며 언니는 집안에 이어지는 냉기류가 못내 불편하다. 언니는 방에만 들어앉은 동생에게 함께 목욕가기를 제안한다. 따라나서는 동생, 둘이 들어앉은 탕 안에는 가득 찬 수증기만큼 머쓱함이 피어난다. 그들은 ‘남매’에서 ‘자매’가 되었다. 그녀들은 이미 서로를 이해하고 있으나 표현하는 방식이 서투르다.
<목욕>은 무겁지 않고 간결하다. 이미랑 감독은 사회적으로 무겁게 여겨질 수 있는 주제를 가족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 내고 있다. 성정체성과 이데올로기는 제쳐두고 남들과 조금 다른 사연을 지닌 이들을 통해 가족 혹은 누군가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따뜻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가족’이란, 매순간 든든하고 살갑지 않다. 서로를 향한 무관심은 기본이며 가족 누군가와 마주앉은 어색함이 생면부지의 사람과의 대면보다 견디기 힘들기도 하다. 가족은 때론 참이나 성가신 존재들이다. 우리는 큰 어려움에 직면할 때 가장먼저 가족을 떠올리고,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가족에게만큼은 인정받고 싶어 하며, 무관심하던 가족 중 누군가가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으면 투사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한 번, 가족은 참이나 성가신 존재들이다!
서로에게 이렇듯 성가신 세 모녀는 같은 상을 마주하고 밥을 먹는다. 서로를 이해하고 희미한 미소가 번지는 아침. 하지만 이들은 멀지 않아 거친 말을 내뱉고 할퀴기도 하다가 또 같은 상을 마주하고 앉을 것이다. 그렇게 서로를 향한 투박한 이해심은 견고해질 것이다.

이지연 / 서울독립영화제2007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