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서울독립영화제2009 (제35회)
국내초청(장편)
이지상 | 2009|Fiction|Color|HD|99min
SYNOPSIS
1947년 봄, 산수유 환히 핀 길을 밀양댁이 일곱 살 몽실이 손을 잡고 남편 정씨를 피해 몰래 도망친다. 정씨는 술만 마시면 밀양댁을 때렸고, 늘 곡식은 떨어졌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밀양댁에 끌려 살강을 떠난 몽실은 새아버지 댓골 김씨를 만난다. 밀양댁은 댓골에 가자마자 영득이를 낳는다. 몽실은 처음엔 낯설었지만 곧 영득이를 자기 동생처럼 잘 보살피는데....
DIRECTING INTENTION
어쩌자고 몽실은 언제까지 외롭게, 슬프게만 살아야 하는 건가.
FESTIVAL & AWARDS
2009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이지상
1993 < 로자를 위하여 >
1994 < 탈-순정지대 >
1995 < 둘 하나 섹스-제행무상 >
1997 < 돈오-제법무아 >
1999 < 사자성어>중 <원적외선 >
2000 < 그녀 이야기-열반적정 >
2001 < 고마워-번뇌즉보리 >
2003 < 십우도1-심우,“흰 구름” >
2005 < 십우도2-견적,“哀” >
2006 < 십우도3-견우,“티벳에서, 제망매가” >
2007 < 십우도4-득우,“두 모과” >
STAFF
연출 이지상
제작 김일권
각본 이지상
촬영 이지상
편집 강미자
출연 황솔휘
PROGRAM NOTE
권정생의 원작을 영화화한 이지상 감독의 <몽실언니>를 보면 한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한국전쟁 전후의 팍팍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구태여 지금 이 시점에 영화화한 이유는 무엇인가? 영화는 소설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상당히 긴 시간을 한 권의 책 속에 압축한 소설을 더욱 압축시킴으로써 영화의 속도는 소설보다 더 빨라진다.
여기서 감독이 매우 심혈을 기울여 묘사하는 것은 ‘밥’이다. 가난과 폭력으로 점철된 시대. 밥을 따라 가족을 이루고 헤어짐을 반복했던 이 시기에 ‘식구’란 말 그대로 먹는 입, 즉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을 뜻했다. 그러나 이 빈곤과 폭력의 시대에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어떤 이는 누군가를 먹여야한다는 중압감에 폭력을 휘둘렀고 어떤 이는 제 가족을 먹이기위해 가족을 버리고 새로운 가족을 찾아야 했으며 또 어떤 이는 제 목숨까지 내놓아야 했다. 밥이 하늘인 시대, 밥이 생명인 시대에 영화는 먹(이)는 행위의 숭고함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카메라는 두 어머니를 잃은 몽실이 동생들을 먹이기위해 정성껏 밥을 짓는 장면을 무척이나 정성스럽게 촬영한다. 사람에 대한 돌봄과 섬김, 그리고 정성의 표현인 밥. 그 밥이 화면 속에 숭고한 모습으로 클로즈업된다.
절름발이가 된 몽실의 다리는 이 시대가 부과한 폭력의 크기를 상징한다. 그러나 그 폭력 속에서도 몽실은 다른 여성들의 돌봄을 받았고 그녀 역시 그녀보다 약한 누군가를 돌보고 섬기는 노동을 하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감독은 그 고달픈 시대의 돌봄과 섬김, 정성의 주체가 여성이었다고 말한다. 땅과 밥과 여성이라는 연결고리. 사실 그런 상징은 이제는 진부하지만, 사유의 당사자가 이지상 감독이라는 점에서 그의 진심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아마도 그가 원작에서 본 것은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로서 땅과 밥과 섬김의 숭고한 아름다움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에 대한 판단은 관객의 몫이지만 말이다.
맹수진/영화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