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마플과의 하룻밤

서울독립영화제2011 (제37회)

단편애니메이션초청

김세랑 | 2006 | Fiction | Color | Beta | 15min

SYNOPSIS

소녀는 소년을 만난다. 그리고 종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소년은 소녀를 만난다. 그리고 종일 함께 시간을 보낸다.

DIRECTING INTENTION

긴밤, 내 옆에 있어준 너에게 눈 내린 겨울 아침을 보여주고 싶었어.

FESTIVAL & AWARDS

2006 서울여성영화제
2006 미장센단편영화제
2006 서울기독교영화제 / 관객상
2007 GIRLFEST HAWAII
2007 EXPRESION EN CORTO
2007 NY ROCHESTER INTERNATIONAL FILM FESTIVAL
2009 NY HALEM FILM FESTIVAL

DIRECTOR
김세랑

김세랑

1998 <카페의 음모>

2001 <오 동전>

2001 <지구가 멈추던 날>

2002 < A >

2002 < Miss Hide >

2003 < Rainbow Me >

2004 <꼼짝마라, 박찬욱>

2006 <미스마플과의 하룻밤>

STAFF

연출 김세랑
제작 황여름
각본 김세랑
촬영 황우현
편집 김세랑
조명 김명훈
미술 김은진
음향 강민수
출연 서영주, 김동욱, 김지영

PROGRAM NOTE

 동아와 미나는 시립 복지관에서 시각 장애인을 위한 낭독 테이프를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다. 복된 성경 말씀이든,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이든, 차분하게 읽어내려가는 여자 목소리를 듣는 시각장애인들이라면, 종종 그녀들에 대해 애틋한 마음이 들게 될 것도 같다. 그렇지만 청각으로만 소통하는 바로 그 경계를 넘고자 할 때, 그 애틋함이란 퍽 연약하고 보잘 것 없는 것으로 되어버린다.
 미나의 목소리에 반했을 시각장애인 현우(김동욱 분)는 미나와 나눌 수 있는 느낌들을 찾으려고 했다. 겨울날 따뜻한 캔커피의 온기, 달콤한 향수 냄새, 포근한 눈 냄새처럼 말이다. 비록 미나 대신 ‘미나 씨 친구님’ 동아(서영주 분)와의 어색한 만남이 되기는 했지만, 현우는 동아와 함께 짜장면을 먹고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감각하고 기억하는 것들이 언제나 정확한 것일까? 두 살 때의 일도 기억난다는 동아의 이야기를 과연 다 믿을 수 있을까? 큼지막한 반창고를 뺨에 붙이고 다니는 동아 얼굴은, 정말 현우가 상상하고 만져보았던 바로 그 얼굴일까? 몇 년을 일하던 사무실인데도 갑작스러운 정전 앞에선 낯설기만 하다는 동아의 말처럼, 우리가 감각하고 경험하는 것은 그저 사물의 일부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감각의 부정확성을 받아들이면서, 믿고 싶은 대로 믿고, 원하는 대로 상상하는 가운데, 뜻밖의 만남과 새로운 감각이 가능하게 될 수도 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탐정, 미스 마플의 능력이란 그런 열린 가능성 속에서 관찰하고 추리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김유리/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