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고향

서울독립영화제2010 (제36회)

본선경쟁(단편)

정윤석 | 2010|Experimental|Color|HD|12min8sec

SYNOPSIS

지난 날 옛 ‘유령들’의 곡소리가 구슬펐던 과거의 진혼(鎭魂)의 곡이 아닌 미래에 다가올 망자(亡者)를 위한 곡이였음을 깨닫는다.

DIRECTING INTENTION

이 작품은 지난 기무사에서 설치되었던 [The Home of Stars]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기존 작품의 실제 배경이 되었던 기무사 공간이 가진 역사적 의미를 성찰하는 동시에 설치라는 포맷에서 발생하는 시각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함이 이 작업의 주된 목표였다.
그러나 지난 1년여 동안 나를 감쌌던 우리 사회의 풍경들은 이 작업을 구상하며 뒤져봤던 7-80년대 선전영화들의 데자뷰로 작동한다. 79년 박정희의 죽음과 09년 노무현/김대중의 서거 그리고 간첩과 천안함으로 대비되는 반공 이데올로기의 부활, 반복되는 노조 탄압 등, 2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곳곳에서 발생하는 여진들을 목격하며 우리가 그 동안 소비했던 옛 ‘유령들’의 곡소리가 구슬펐던 과거의 진혼(鎭魂)의 곡이 아닌 미래에 다가올 망자(亡者)를 위한 곡이였음을 깨닫는다.

FESTIVAL & AWARDS

2010 제26회 벤쿠버국제영화제
2010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DIRECTOR
정윤석

정윤석

2005, < 박수 >

2006, < Video killed the radio star >

2007, < Hochiminh  >

2008, < 그를 찾아서 >

2009, < 불타는 신기루 >

STAFF

연출 정윤석
제작 정윤석
각본 정윤석
촬영 정윤석
편집 정윤석
미술 정윤석
CG 정윤석, 박찬진
음악 파블로프

PROGRAM NOTE

‘경아’의 안식처만 ‘별들의 고향’이 아니다. [별들의 고향]이 처음 공개된 ‘platform 2009’전은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 165번지 국군기무사령부(보안사령부가 전신인) 옛 건물에서 열렸다. 쿠데타 뒤18년 동안 ‘철권통치’했던 박정희 소장은, 1979년 10월 26일 이곳의 국군서울지구병원으로 실려와 사망진단을 받았다. 보안사령관으로 권력을 얻어 계엄사령관 자리까지 오른 전두환은, 1980년5월 광주시민들을 학살한 뒤 제 손으로 별 넷을 단 군복을 벗고 청와대로 갔다. 전두환을 뒤이어보안사령관이 되고 대통령도 된 ‘쓰리 스타’ 노태우는 근년에도 국군서울지구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가 권좌에 있던 시절엔, 고문 등 국가폭력의 기억으로 음산한 이곳에서 벌어졌던 불법 민간인 사찰을 고발한 윤석양 이병 같은 이도 있었다. 이렇게 보안사는 ‘별들’의 정치적 고향(또는 무덤)이 되었다. 기무사 터가 국립현대미술관 후보지로 꼽히며 기획된 전시에서, 정윤석은 전, 노가함께 보안사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을 걸고(이 사진은 영화 <별들의 고향>에서는 볼 수 없다), 스크린에 ‘스타’들이 주름잡았던 시절들의 시사 화면과 80년대 공익 광고, 반공 애니메이션 등의 푸티지를 인디밴드 ‘파블로프’의 노래와 조합하여 보여주었다. 영화 <별들의 고향>은, 설치 작업을 촬영한 이미지를 둘러싼 삼면의 벽에 그래픽 이미지와 가사를 푼 포토그램을 더하여 완성되었다. 연대기적으로 역사를 서술하기보다, 과거의 이미지를 스치는 기억처럼 흘려보내기를 원하는 정윤석은, 벤야민이 바랐던 ‘역사적 유물론자’가 되려한다. 그는 이 작업으로 “옛 유령들”을 해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위험한 현재의 순간을 붙들어 폭파시키길 기도한다. 발악하는 듯한 노래와 날카로운 리듬으로 편집된 이미지가 함께 쏟아내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주 스크린. 또, 그 아래 자리한작은 모니터들 속에서 번뜩이는 섬광과 그들을 잇는 점등선은 현재와 더불어 사라지지 못하는 과거의 성좌, 그 불꽃을 흩뿌리며 그린다.

신은실/ 서울독립영화제201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