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
서울독립영화제2009 (제35회)
본선경쟁(단편)
정희재 | 2009|Fiction|Color|HD|21min 40sec
SYNOPSIS
17살의 고등학생 복자는 4년만에 소식이 찾아온 자신의 아버지를 찾아 나서지만 위로받지 못한다.
DIRECTING INTENTION
무너질 것 같은 순간이 앞으로도 여러번 계속 될 것이다.
그럴때마다 주위사람과 사물로부터 용기를 얻으면 되는 것이다.
다들 그렇게 힘을 내고 살아간다.
FESTIVAL & AWARDS
2009 인디포럼
2009 제1회 서울국제사회복지영화제
2009 제3회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
DIRECTOR

정희재
2005 < 확인해본 몇가지 남아있던 기억 >
2006 < 흙먼지 >
2009 < 상실의 시대 >
STAFF
연출 정희재
제작 정병진, 이은지
각본 정희재
촬영 민규식
편집 이은지, 정희재
조명 윤진식
미술 김보라
음향 조수진
출연 임성미
PROGRAM NOTE
가난은 불편할 뿐 죄가 되지 않는 다는 말은 가난에 관한 가장 무력한 방어에 해당할 것이다. 가난한 것은 죄가 아닐지라도 가난의 불편함이 때로 원치 않은 죄를 부른다. 그 죄의 종류는 여러 가지이며 <복자>는 어쩌면 그 죄에 관한 이야기 혹은 그 죄짓기의 기로에 선 한 소녀의 이야기다. <복자>에는 말해지지 않은 사실이 많다. 그리고 그 사실들을 숨기고 더러는 숨긴 것들 중에서 알려주어야 할 것들만 알려주는데 탁월하다. 우리는 끝내 전모를 다 알지는 못한다. 다만 말할 수 있는 건 이런 것이다. 한 고등학생 소녀가 있다. 어머니는 빚쟁이들 때문에 일부러 아버지와 위장 이혼신청을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무슨 일인지 교통사고를 당했다(그가 교통사고를 낸 것일 수도 있다). 아버지는 지금 중환자실에서 온 몸에 붕대를 감고 누워 있다. 빚쟁이들은 더 이상 예전처럼 몰려오지 않는다. 빚쟁이들이 오지 않으니 이제 이 소녀는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다시 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러지 말자고 한다. 다시 말하지만 아버지는 지금 병상에 있다. 소녀와 어머니는 아버지를 버리는 죄를 지어야 이 지겨운 가난에서 잠깐이나마 해방될 것이다. 슬픔을 슬픔으로 막아야 하는 슬픔이 끝이 없고, 소녀는 이 어처구니없는 해결 앞에서 병상에 누운 아버지와 병실 바깥의 노랗게 물든 햇빛을 번갈아 바라본다.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어떤 선택이든 우리는 그들을 욕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한 가지 고백하자면, <복자>가 훌륭한 영화가 아니어도 괜찮다. 여기 출연한 소녀(임성미라는 어려 보이지만 감성적으로 뛰어난 신인 배우가 연기하고 있다)의 포기함이 깃든 얼굴과 절망을 배워 버린 것 같은 저 덤덤한 목소리만으로도 이 영화를 사랑할 자신이 있다. 오래도록 잊지 못할 얼굴과 목소리다.
정한석/서울독립영화제2009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