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
서울독립영화제2017 (제43회)
경쟁단편
이승엽 | 2017 | Fiction | Color | DCP | 20min (E)
SYNOPSIS
정호 어머니는 친구 손주 돌잔치로 서울에 올라오고, 정호 집에 들린다. 정호는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방문이 불편하기만 하다.
DIRECTING INTENTION
엄마, 사랑해.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이승엽
2012 < Goose Family >
2014 <물보다 진한>
2015 < S.O.S >
STAFF
연출 이승엽
제작 이승엽
각본 이승엽
촬영 김지룡
편집 선수지
음악 O’Lee
미술 강소랑
출연 이섬, 김근영, 문진승
PROGRAM NOTE
게이 커플 정호와 재익은 정호의 집에서 같이 산다. 어느 날 갑자기 말도 없이 정호의 엄마가 찾아오면서 정호와 재익은 재익의 흔적을 지우느라 오전부터 정신이 없다. 갑작스런 엄마의 방문을 화답해줄 자식은 없다. 정호 역시 마찬가지. 서둘러 집에서 나가야 했던 재익에게 미안할 뿐이다. 정호의 엄마는 데면데면한 정호에게 서운하다. 사람 들인 흔적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정호의 엄마는 아들 정호에게 누군가 있다는 것을 간파하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예정보다 일찍 아들과 헤어져 집에서 나온 정호의 엄마는 아파트 우편함에서 정호의 집에 수신된 재익의 우편물을 확인하고 집 앞 카페에 들러 잠시 시간을 갖는다. 그 카페에 피신해 있던 재익과 마주치지만 서로를 알아차리지 못한다(알아차리지 못한 걸까? 확신할 수 없다). 이 둘은, 아니 이 셋은 서로에게 ‘불청객’이 될 뻔한 순간을 가까스로 모면했다. ‘내 아들이 게이라닛,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그건 안 된다’스러울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영화는 신파에 1초의 틈도 주지 않는다. 이 영화의 신선한 지점 역시 이 부분인데, 이는 전적으로 엄마 캐릭터 때문이다. 엄마는 정호의 집에 처음 방문했지만, 정호의 집을 처음 본 건 아니다. 이미 엄마는 모든 걸 알고 있다. 다만 확인하고 싶었을 뿐. 가능하면 아들의 입을 통해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지도. 시종일관 엄마의 표정에서 부정과 불안이 읽히지만 자신의 것을 아들에게 전가하지 않는다. 어른의 태도. 엄마에게 필요한 건 잠시 동안의 시간과 아들에게 자신이 어디쯤 서 있는지를 확인시켜 주는 것뿐. 엄마가 집들이 선물로 가져온 액자는 의미심장하기까지 하다. 엔딩크레딧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 볼 때마다 디테일이 살아 움직이는 영화, 볼 때마다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이 다른 영화. 엄마의 표정만 따라가면서 한번 쯤 더 봐도 좋을 것 같다.
안보영 / 서울독립영화제2017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