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서울독립영화제2013 (제39회)

특별초청(단편)

김진희 | 2013 | Fiction | Color | HD | 15min 1sec

SYNOPSIS

일곱 살 윤이는 외딴 바닷가 마을에서 아빠와 언니와 함께 산다. 내일이면 윤이 아빠는 돈을 벌러 멀리 떠난다. 윤이는 그게 싫지만 어린 윤이에겐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아빠가 떠나기 전날 윤이는 유치원에서 1년 동안 예금한 통장을 받아 들고 집에 오다가 통장을 바닷바람에 날려 버린다. 집안은 한바탕 난리가 나고 윤이는 왜 통장을 버렸냐는 아빠의 호통에도 침묵한다. 다음 날 윤이는 아빠와 작별 인사도 하지 않은 채 등교한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내리고, 이 비 때문에 윤이는 아빠와 다시 한 번 만난다.

DIRECTING INTENTION

어린 날에 일어나는 일들은 그 의미를 잘 알 수 없다. 선명하지 않은 꿈속에서 겪는 일처럼 윤이가 겪는 일들이 윤이에겐 온통 불길한 징후 같다. 비 자체에 아무 의미가 담기지 않은 것처럼 윤이에게 일어난 일은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땅에 내린 비를 보며 우리가 무언가 생각했을 때 ‘어떤 일’이 될 수도 있다.

FESTIVAL & AWARDS

2013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

DIRECTOR
김진희

김진희

2011 <키스 미>

STAFF

연출 김진희
제작 정길록
각본 김진희
촬영 홍승혁
편집 김진희, 박성원
조명 김진성
작곡 성기완
녹음 송진혁
믹싱 이수현
출연 서희정, 김송일, 성윤아

PROGRAM NOTE

어렸을 때는 왜 그렇게 작은 것 하나에도 일희일비했는지,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그만큼 내가 작아서였을까. 그때의 나는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내가 볼 수 있는 세상이 전부였을 그때. 어느새 <빗소리>는 잊었던 유년기로 우리를 데려간다. 일곱 살 윤이는 기분이 좋지 않다. “바람 불어서 손가락이 간지러워 놔 준” 통장이 바다에 빠지는 바람에 할머니한테 엄청 혼이 났고, 밥도 안 먹고 구석에 앉아 있는데 퇴근한 아빠에게 언니가 모두 일러바쳐서 아빠한테 또 혼이 났다. 윤이는 통장을 찾아오라는 아빠가 미워서 보란 듯이 심통을 부린다. 그렇게 맞이한 다음 날, 갑자기 비가 내린다. 비는 윤이에게 생각지도 않았던 기회를 선물한다. 비 때문에 떠나기 전 아빠를 한 번 더 볼 수 있게 되고, 그 덕분에 마음속에 담아 놨던 이야기를 전할 수 있게 된다. 그제야 윤이의 마음이 한결 나아진다. 훗날 윤이가 자라면 있었던 일과 감정은 잊어도, 이날 리어카에 앉아서 본 빗속의 광경은 머릿속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내 어린 날의 단편들이 그러하듯 말이다. 그때의 나는 아빠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았을까, 어린 시절의 내가 보고 싶다.

신미혜/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