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나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새로운선택 장편
표민수 | 2020 | Fiction | B/W | DCP | 65min
SYNOPSIS
제화공 기황은 골목길에 반나체로 쓰러져 있는 청년 승우를 발견하고 그를 집으로 데려온다. 승우는 기황네 집에서 숙식하며 그에게 수제화 만드는 일을 배운다. 하루는 기황이 미수금을 받으러 사장 집을 찾았다가 사장 부인 민정을 만난다. 빚 독촉에 시달리던 민정은 잠이든 어린 딸 은혜를 두고 집을 나서지만 교통사고를 당하고 끝내 은혜 앞에서 임종을 거둔다. 시간이 흘러 은혜는 새엄마 진희를 만난다. 진희는 마음을 열지 않는 은혜에게 새 구두를 맞춰 주고자 기황네 구둣방을 찾는다.
DIRECTING INTENTION
이 영화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어떻게 남을 돕고 살아갈 수 있는지를 묻는 영화입니다. 거짓 희망으로 윤색하지 않았고, 연극적으로 과장하지 않았습니다. 전문배우가 아니라 실제 수제화를 만드는 인물들을 섭외했습니다. 숙련된 기술과 몰입하는 얼굴, 그리고 일하는 손을 가까이서 담았습니다. 손으로 구두를 만드는 과정이 영화적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고, 영화를 한 켤레의 수제화처럼 만들고 싶었습니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표민수
STAFF
연출 표민수
제작 표민수, 김하경
각본 표민수
촬영 정일건
편집 표민수
조명 정일건
미술 김지원
출연 고기황, 김기현
PROGRAM NOTE
가난한 구두공이 어느 날 거리에서 한 사람을 구원한다. 아내는 마뜩잖지만 하느님의 뜻을 전하자 그를 집으로 받아들인다. 그에게 구두 만드는 기술을 가르친 이후 구두공의 가게는 명성을 얻고 많은 사람이 찾게 된다. 거리의 남자는 그를 일으켜 세운 구두공의 작은 반경 내에서 일하고 사람을 만나며 세상을 관찰하고 알아 나간다. 짐작했듯 톨스토이 원작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각색한 작품이다. 인간 실존에 대한 종교적 대답을 제시하는 찬란한 고전이, 한국의 오늘을 배경으로 어떻게 재현될까? 흑백의 콘트라스트, 비전문 배우의 연기, 미니멀한 숏과 앵글은 소설의 낱말과 문장을 해체하여 우리를 잠시 영화적 마술의 세계로 이끈다. 전지적 시점으로 내레이션 되는 고전 속의 말들은 현재를 담은 카메라의 이미지와 불균질을 이루지만, 이내 소설의 원형을 상기하며 따라가게 된다. 더불어 이러한 불균질한 충돌로 인해 문학과 영화 모두에 대해 근본적인 예술적 질문을 품게 된다. 문학은, 영화는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을 살아가나>는 내용도 구성도 단출하지만 향하는 방향은 원대하다. 예술은 무엇인가? 어떤 분야의 마스터에 이른 장인의 작업실은 숭고함이 서려 있다. 작품은 흥미롭고 실험적인 도전을 통해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나’라는 질문에 ‘영화적’으로 답하고 있다.
김동현 / 서울독립영화제2020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