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라이 타임슬리퍼

서울독립영화제2025 (제51회)

야스다 준이치 | 2024 | Fiction | Color | DCP | 132min (KN) Korean Premiere

TIME TABLE
12.1(월) 19:20-21:32 CGV 청담씨네시티 프리미엄관 KN, GV, G
12.5(금) 11:00-13:12 CGV압구정(신관) ART2관 KN, G
SYNOPSIS

에도 시대 말기, 폭풍이 몰아치던 교토의 한밤. 적대 세력의 무사와 결투를 앞둔 한 사무라이는 번개의 섬광에 휩싸이며 정신을 잃는다. 을 떠보니, 그가 서 있던 곳은 더 이상 옛 교토가 아니다.
시간을 넘어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현대의 시대극 촬영 세트장. 여전히 사무라이 복장을 한 그는 스태프들에게 엑스트라로 오해받아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카메라 앞에 서게 된다.
그러나 그의 진짜 같은 외모와 말투, 그리고 완벽한 검술은 곧 사람들의 눈에 띄어 각종 시대극의 단골 배우로 활약하게 된다. 그가 맡은 역할은 영화 속에서 화려하게 베이는 인물, 즉 ‘죽는 연기를 전문으로 하는 사무라이’ — 키라레야쿠(斬られ役). 시대를 초월해 영화 속 세계로 떨어진 한 사무라이가 현대의 혼란스러운 촬영 현장에서 펼치는 웃음과 감동, 그리고 아이러니로 가득한 시간여행 이야기.

DIRECTING INTENTION

전통과 현대가 충돌하는 시대 속에서 ‘진정성’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하고 싶었습니다. 과거에서 현대의 촬영 현장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 한 사무라이의 이야기를 통해, 사라져 가는 시대극의 정신과 그 현장을 묵묵히 지탱하는 이름 없는 배우들의 삶을 비추고자 했습니다. 이 영화는 동시에, 세상이 주목하지 않아도 진심으로 창작을 이어가는 이들을 위한 한 편의 코미디이자 레퀴엠입니다.

FESTIVAL & AWARDS

2024 제28회 판타지아국제영화제
2025 제48회 일본아카데미상 최우수작품상

DIRECTOR
야스다 준이치

야스다 준이치

2006 신세계가요도
2007 시크릿 플랜
2009 러닝 맨
2014 권총과 계란후라이
2017 밥

STAFF

연출 야스다 준이치
제작사 미래영화사
각본 야스다 준이치
촬영 야스다 준이치
편집 야스다 준이치
음악 야스다 준이치
미술 야스다 준이치
출연 야마구치 마키야, 후케 노리마사

PROGRAM NOTE

일본 감독 중엔 작품의 완성 속도가 엄청난 사람이 꽤 많다. 영화 산업에 먹구름이 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막론하고 한 해에 여러 편을 쏟아내는 그들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야스다 준이치는 별종이다. 쉰을 훌쩍 넘긴 나이에 내놓은 작품은 세 편에 불과한 과작의 감독이어서다. 가업인 벼농사와, 직접 세운 영화사를 병행한다는 점에서 희귀한 독립영화인인 그는 <사무라이 타임슬리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낮은 예산으로 찍은 영화는 상업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었고, 일본 아카데미와 블루리본상에서 작품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어느덧 흔한 소재인 타임슬립을 끌어들이면서 영화에 관한 영화에 집중한 게 주효한 것이다. 막부 말기, 상대 무사와 대결 도중 번개를 맞아 현대로 넘어온 남자는 하필 영화 현장에 엮이게 된다. 극의 재미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분명 타임슬립이라는 소재에서 나오지만, 영화가 승부를 거는 부분은 정직함과 충실함이다. 그것은 제작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주는 힘이기도 하다. 과연 농부 감독다운 특성이랄까. 연기의 본질과 시대의 신념에 공히 접근하려는 영화의 의도는 피날레에서 폭발한다. 인간에 대한 각자의 해석을 쥐게 하는 엔딩은 아름답다.

이용철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