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나리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통일기획
김응수 | 2018 | Documentary | Color | DCP | 74min
SYNOPSIS
깊은 산, 검은 동굴 앞에 산나리가 피어있다. 짙푸른 녹음 속의 붉은 산나리는 섬뜩하다. 그는 평화를 알려면 자기를 보러 오라고 손짓한다. 하지만 그 여정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북한전문가와 인터뷰를 하고, 전쟁의 흔적을 보고, 판문점을 가서 남북정상의 만남을 따라하고, 싱가포르의 북미회담을 봐도, 평화는 언제나 추상적이고 낯설다. 소망은 강렬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것은 언제나 되돌아와 반공이데올로기라는 벽을 마주본다. 아무리 먼 곳을 응시해도 그것은 앞을 가로막는다. 70년의 기다림! 산나리는 말한다. ‘멀리 보지 말고 옆을 보라.’ ‘반공이데올로기에 의해 희생된 반을 보라.’ ‘나는 당신의 상처다.’ ‘나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어떻게 북한과의 공존을 원하는가.’ 바로 이 깨달음으로부터 평화는 시작된다.
DIRECTOR

김응수
1996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
2002 <욕망>
2005 <달려라 장미>
2006 <천상고원>
2008 <과거는 낯선 나라다>
2010 <물의 기원>
2012 <아버지 없는 삶>
2014 <물속의 도시>
2016 <옥주기행>
2017 <우경>
2018 <오, 사랑>
2018 <초현실>
STAFF
감독 김응수
제작 윤정규
촬영 김응수 김미례
편집 김백준
소리 S sound studio
출연 윤영상
PROGRAM NOTE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의 군사분계선을 넘던 순간과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마주 보며 악수하던 순간의 짜릿함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상상하기조차 힘들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은 실제 판문점 대신 영화 세트장을 찾아 군사분계선을 마주 보고 악수를 하며 기념촬영을 한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현실이 될 풍경이다. 감독은 이 광경을 카메라에 담아내며 현기증을 느낀다. 이것은 영화인가? 현실인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 혹은 영화를 모방한 것 같은 현실. 이 모든 소란은 다가올 미래와 관련된 것이다. 시대와 이념을 초월하여 온 국민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아 온 ‘우리의 소원은 통일’. 그러나 실은 통일 그 자체보다도, 그것이 가져다줄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북한을 통해 육로로 중국, 러시아, 유럽에 갈 수 있을 것이고, 저렴하고 생산성 높은 북한의 노동력과 남한의 자본이 만나 국가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며, 나의 일자리가 북녘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일이다. 혹은 이 모든 소란은 미래의 도래를 늦추거나 방해하는 현실들에 대한 우려이다. 사사건건 훼방을 놓는 야당과 수시로 으름장을 놓는 트럼프의 트윗은 이 여정을 더욱 극적이고 애타게 만든다. 그러는 사이 이 소란들에 묻혀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의도적으로 선택된 역사와 은폐된 역사. 이미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던 절반. 감독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반공 위령탑 옆에 인민군 위령탑을 세울 수 있는가? 우리 사회에 그럴 수 있는 여유가 있는가? 이는 한반도를 둘러싼 현재의 정세가 “기적 같은 기회”인 만큼, 또한 실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시급하고 중요하게 던져 보아야 하는 질문이다. 이에 대답하지 못한다면, 혹은 아직은 힘들다고 대답하는 순간, 기다리던 미래는 오지 않을 것이며 박근혜에게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김응수는 누구보다 정치적인 영화를 만들되, 정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다. 이러한 까닭에 예외적으로 직접적이며 시의적절하게 내놓은 <산나리>는 김응수의 사회적 발언, 혹은 경고장 같다.
권은혜 /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