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

서울독립영화제2013 (제39회)

본선경쟁(장편)

김미례 | 2013 | Documentary | Color | HD | 93min 27sec

SYNOPSIS

KT에서 산전수전 다 겪으며 이제는 중년이 된 정규직 노동자들. 회사의 희망퇴직 요구를 거부한 이들은 원거리 발령을 받고 하루에 서너 시간 이상을 출퇴근으로 보내고 있다. 게다가 할 수 없는 업무를 주고 지독한 왕따를 시킨다. 이러한 회사의 퇴출 프로그램은 특히 노동운동을 지향하고 있는 이들에게 강도 높게 실시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자존감을 자극시키면서 저항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의 저항의 경험은 회사의 감시와 방해를 하나의 오락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제 이들은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 나게 살기 위해서 삶의 반란을 시도한다. 정시 출퇴근 시간을 잘 지키며, 강요되는 상품 판매 경쟁을 거부하며, 그리고 여행하고, 춤을 배우고.

DIRECTING INTENTION

‘평생직장’이라는 말을 듣고 자란 나는, 그 말이 이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자신의 몸으로 노동을 해야만 삶을 유지하고 살아갈 수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 지극히 불안정한 노동의 시대라고 말하는 지금, 그렇다면 안정적이라고 하는 정규직은 정말 안녕한 것인가? 나는 정규직들, 특히 8,90년대 노동자 대투쟁의 경험이 있는 중년의 정규직 노동자들이 궁금해졌고, 몇몇 대기업과 대공장에서 일하는 분들의 인터뷰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자리를 지키면서 자신의 존엄성조차 지켜 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그들의 불안한 미래와 현재의 절망에 대해서 듣게 되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사직 강요, 상품강 매, 감정 노동, 임금 삭감…….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말. 하지만 나는 그들이 보지 않고 듣지 않았던 또 다른 선택은 있다고 믿는다. 나는 이 선택의 기로에서 떠나거나 복종하지 않고, 유쾌하게 저항을 해 나가는 이들을 만났다.

FESTIVAL & AWARDS

2013 18회 부산국제영화제
2013 제5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최우수한국다큐멘터리상

DIRECTOR
김미례

김미례

2003 <노동자다아니다>
2005 <노가다>
2009 <외박>

STAFF

연출 김미례
제작 김미례
촬영 최윤만, 최정순, 김미례
편집 김나리
음악 김병오
출연 서기봉, 손일곤, 이해관, 장교순

PROGRAM NOTE

 <산다>는 공기업에서 이제는 완전히 민영화된 대기업 KT의 노동자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영화는 경쾌한 음악과 함께 4명의 인물을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장교순, 이해관, 손일곤, 서기봉. 이들은 KT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중년의 노동자들이다. 노동운동을 했던 이들은 회사의 부당한 인력 퇴출 프로그램으로 장시간 출퇴근해야 하는 곳으로 발령되거나, 가족과 떨어져 근무해야 한다. 상품 판매를 강요받기도 한다. 퇴직을 강요하는 노동 조건은 노동자로서의 자존감을 무너뜨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부당한 노동 조건을 견디고 있다. 그 이유는 회사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노동자로서의 자존감 때문이다.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회사의 탄압에 맞서 자존감을 지키려는 그들. 영화에는 주인공들이 일하고 투쟁하는 모습만이 아니라, 삶 속에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고 가족과 함께 가사를 돌보는 장면이 중요하다. 노동자이기 이전에 남편이자 아버지이며 자신의 삶의 주체임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인상적인 장면은 영화의 후반부 손일곤 씨의 젊은 시절 모습이 등장할 때다. 이 장면을 통해 노동운동의 흥망성쇠와 함께 변화된 노동자의 삶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노조 지도부의 비민주적인 노사협의에 항의하는 젊고 당당한 2001년의 모습은 그들의 과거가 어땠는지를 떠오르게 만든다. 찬란한 노동운동의 역사와 이제는 쇠락한 민주노조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의 광폭한 탄압을 꿋꿋히 견뎌 내며 미래를 설계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지금도 자존감을 지키며 ‘산다’.

조영각/서울독립영화제2013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