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

서울독립영화제2025 (제51회)

이상진 | 2025 | Fiction | Color | DCP | 27min (E) World Premiere

TIME TABLE
11.29(토) 11:30-13:01 CGV 청담씨네시티 3관(컴포트석) GV, 15
12.2(화) 17:40-19:11 CGV압구정(본관) 3관 GV, 15
SYNOPSIS

지방의 해안 동네로 온 낯선 남자 성환은 모텔에서 자살 시도를 하지만 실패하고 기억마저 잃는다. 성환을 발견한 할머니 현숙은 성환을 자기 집으로 데려온다.

DIRECTING INTENTION

죽음을 통해 새로운 삶을 얻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이상진

이상진

2016 시험
2017 다정함의 세계
2018 경화
2020 창밖은 겨울

STAFF

연출 이상진
제작 박형진
각본 이상진
촬영 김진범
편집 원창재
조명 김진범
음악 카코포니
출연 안민영, 박주업

PROGRAM NOTE

몸이 불편한 남편을 몇십 년째 간병해 온 현숙은 인적 드문 모텔에서 자살한 사람들의 시체를 처리하며 먹고 산다. 같은 모텔에서 성환이라는 남자는 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하고, 어떤 이유에선지 현숙은 그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성환은 자살을 시도한 후유증으로 스스로가 누구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로, 현숙은 그런 그에게 호의를 베풂과 동시에 죽으려 한 사실을 귀띔해 주는 등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며 극에 묘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새출발>은 스릴러, 미스터리, 오컬트 장르를 넘나들며 죽음을 동원해서라도 현재의 삶을 정화하길 욕망하는 존재들의 몸부림에 관한 영화다. 인물들이 청산하고 싶은 과거가 무엇인지, 이들이 지닌 사연은 또 무엇인지 영화는 얼마간 관객의 상상력과 이해력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 서사의 생략은 인물들의 결핍과 갈망을 드리우고 어떠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육체적 에너지로 전달하는 방법으로 치환된다. 극 시작부에는 이상한 배치를 지닌 사물 하나가 섬뜩한 기운을 풍기며 관객을 맞이하는데, 이 사물성은 영화 속 인물들의 육체성을 이해하는 통로로 삶에 깃든 비극적인 면을 상기시킨다. 산 것과 죽은 것을 구분하는 육체의 생물학적인 기능은 이 영화에서 끝없는 역설을 생산한다.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살고 싶다는 마음이 과욕이 될 때 도무지 협상해 주지 않는 삶과 어떻게 동행할 것인가. 우리가 망각한 채, 아니 망각해야만 살 수 있던 물음이 선명하게 스친다.

변해빈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