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멜로
서울독립영화제2004 (제30회)
중편경쟁
김은희 | 2004 | Fiction | DV | Color | 43min | 코닥상
SYNOPSIS
어느 여름 오후, 카페 안, 두 명의 여자 손님만이 앉아 있다. 한 명은 케이크만을 먹고 또 한 명은 커피를 마신다. 여자종업원은 무료하게 공간을 지킨다. 세 명의 여자는 동시에 각기 다른 시선으로 보이지 않는 시간을 바라보고, 카페 밖 건물에서 나온 젊은 남자가 동네를 어슬렁거리다 카페 주변을 돌아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DIRECTING INTENTION
<세 개의 멜로>는 바라봄의 대상(풍경, 인물, 방향성이 불분명한 공간)이 세 개의 각기 다른 개체(인물)의 교집합이 되는 순간을 이미지와 사운드를 통해 상상케 하려는 의도의 영화다. 가시적으론 동일 공간으로 보이는 공간은 보이는 화면 속 인물들의 시선이 던지는 방향에 의해 이미지의 내부에서 동일성을 잃어버린다. 카메라는 화면 안에서 보이지 않는 밖을 향해 열려 있다. 존재의 표피적인 정보들(카페, 사물, 세 명의 여자, 카페 밖 거리, 음성, 노래, 말)은 동시적 연속성을 만들어내는 쇼트의 단절과 연결에 의해 구체적 지시가 없는 상태에서 그들 내면의 층을 가리킬 수 있다. 따라서 영화는 인물의 구체적 심리를 읽는다는 것의 불가능성으로부터 출발한다. 인물의 시선, 행동과 목소리는 그들 존재의 갇힌 구조 안에서 어떤 정서적 인상을 발산한다. 시간은 그러한 총체적 인상이 지나가는 자리이다. 그리고 세 명의 여자가 속으로 부르는 노래는 개별성을 관조하는 언어적 지시가 아니라 존재의 형태를 구성하는 아주 작은 단면일 뿐이다. 멜로드라마의 통속적 정서감을 환기시키는 이들의 노래는 동일시의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위험한 요소, 즉 인물에 대한 상상력의 한계를 노출시키는 요소다. 영화는 왜곡될 소지가 많은 이 요소를 거꾸로 거리 두기의 장치로 끌어들인다. 그것은 영화 속에서 인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다. 인물은 없고 존재의 형태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상상하는 왜곡된 세계를 동시에 직시한다.
DIRECTOR

김은희
1984 <휴일> (16mm, 20분) 1985 <평행선> (16mm, 20분) 2003 <사물의 기억> 서울독립영화제 영상자료원상 |
STAFF
연 출 김은희
제 작 전성권
조연출 최윤용
촬 영 김대선
조 명 조성각
사운드 최지원
믹 싱 김탄영
출 연 서영화, 염연화, 민준홍, 김은희
PROGRAM NOTE
카페에 두 명의 손님이 있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한명의 종업원이 존재한다. 그들은 무언가를 응시하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케익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있다. 43분의 시간동안 그들의 표정을 관찰하는 것은 무료한 여행에 참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무언가가 묻어있다. 그녀들은 실연을 당했을 수도 있으며,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아니면 꿈 속일지도 모른다. 또한 그들은 삼각관계에 빠졌던 인물일 수도 있다. 그들의 표정과 미세한 움직임 속에서 그들의 찬란한 과거와 누추한 현실을 엿볼 수 있다. 혹은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던 또 다른 누군가를 생각하거나, 미래를 상상할 수도 있다. 그리고 문득 등장하는 카페 밖의 남자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밀어넣을 수 있다. 인물들의 표정과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관객들에게 제공되는 상상의 원천이 된다. 멜로라는 통속적인 제목 속에서 극히 제한된 정보만을 가지고, 어떤 것을 상상하는 자유로움이 이 영화 속에 존재한다. 깊이가 묻어나는 세 인물의 존재 자체 만으로 무언가를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영화에 묻어 있다.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예심위원